레드벨벳 슬기가 '필 마이 리듬' 녹음하는 장면, NCT 127 재현이 '에이요'를 녹음하는 장면, 뉴진스 민지가 '디토'를 녹음하는 장면(위부터). 사진 출처=레드벨벳, NCT 127, 뉴진스 공식 유튜브

K팝 아이돌의 콘텐츠가 나날이 색달라지고 있다. 특히 K팝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앨범, 그 제작기도 빠짐없이 콘텐츠에 담아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위)과 NCT 127 쟈니가 CD를 포장하는 모습. 사진 출처=투모로우바이투게더, NCT 127 공식 유튜브

몇 년 전만 해도 K팝 아이돌의 자체 콘텐츠는 활동곡의 안무 영상, 리얼리티 예능형 콘텐츠, 뮤직비디오 및 앨범 재킷 촬영 비하인드, 뮤직비디오 코멘터리, 음악방송 비하인드 등이 대표적이었다. 최근에는 신보 타이틀곡을 처음 들었을 때 상황부터, 녹음하는 과정, 곡의 퍼포먼스를 배우는 시기, CD를 포장하는 모습 등까지 담겨 보는 맛을 더하고 있다.

NCT 127은 '스티커' 처음 들었던 때를 자체 콘텐츠로 공개해 화제를 모은 바다. '스티커'는 시그니처인 피리 소스가 중독적인 힙합 댄스곡인데, 그간 K팝에서 듣지 못했던 실험적인 장르다. NCT 127도 '스티커' 처음 들었을 때 당시 신선한 곡 전개에, 당황하며 눈동자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팬들의 웃음을 사면서, 뜨거운 관심을 얻은 것이다. 그러면서 활동곡을 처음 들은 가수의 반응을 포착할 수 있어 새롭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러한 호응에 힘입어, NCT 127은 최근 '에이요' 처음 들었던 상황을 공개했고, 동생그룹 NCT 드림도 '버퍼링', '비트박스'를 처음 들은 날 반응을 자체 콘텐츠에 녹였다.

사실 NCT는 예전부터 앨범 제작기를 세세하게 소개해 왔다. 2018년 당시 선보인 'NCT 레코딩 다이어리'가 현재 K팝 아이돌의 녹음 비하인드 콘텐츠 시초라 볼 수 있다. 당시만 해도 녹음 과정만 통으로 담긴 콘텐츠는 분명 낯설었다. 사실 헤어, 메이크업 등 스타일링을 한 모습이 아닌, 평소 모습으로 녹음하는 과정을 낱낱이 보여주는 것은 가수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자연스러운 모습은 친근감을 샀고, 녹음에 대한 열정은 보는 재미를 더한 분위기다. 녹음된 버전 이외에 다른 느낌으로 부른 버전도 감상 가능하고, 겹겹이 쌓아 올린 백보컬도 단독으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디렉터에게 의견을 어필하는 K팝 아이돌의 적극적인 열정도 엿볼 수 있다.

팬들 사이에서는 멤버별 녹음 버전을 편집해 완성된 곡의 영상이 인기를 얻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이제는 대부분 K팝 아이돌이 녹음 비하인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레드벨벳, 세븐틴, 몬스타엑스,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스테이씨, 에스파, 아이브, 뉴진스 등 대부분 K팝 아이돌이 녹음 비하인드 콘텐츠를 통해 보컬 실력을 마음껏 드러내는 중이다.

CD를 포장하는 모습을 담은 자체 콘텐츠도 화제를 모았다. 최근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K팝 아이돌판에 빼앗긴 포장 인재'로 호응을 얻었다. 이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지난 1월 미니 5집 '이름의 장: 템테이션'을 생산하는 공장에 견학 간 콘텐츠에 대한 이야기로, 신속하고 정확하게 포토카드를 앨범에 넣는 멤버 연준의 모습이 포착돼 이목을 끈 것이다. 연준이 해당 작업을 빠르면서도 '칼각'을 잘 살려 '포토카드 넣기 장인', '아이돌판에 빼앗긴 생활의 달인'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NCT 127 멤버 쟈니도 2020년 2월 정규 2집 '네오존' 앨범 생산 공장에 방문한 콘텐츠를 공개한 바다. 방염 처리, 신호 입력, CD 마스터링, 금형 제작, 알루미늄 보호 등 CD 음질을 좌우하는 과정부터, 재킷 인쇄, 구성품 포장 등까지 그려졌다. 무엇보다 이 콘텐츠는 영어로 제작돼 글로벌 팬들의 흥미를 더 자극한 모양새다.

이처럼 K팝에서는 앨범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팬들과 공유하고 있다. 팬들에게는 앨범 완성품 뒤에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콘텐츠로 접할 수 있어 더 풍성한 '덕질'이 가능하다고 관측된다.

한 가요 관계자는 "예전에는 앨범 홍보를 위해서는 보통 지상파 예능에 출연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아이돌이 나갈 수 있는 예능 프로도 한정적이고, 홍보 효과도 크지 않다. 그래서 이제는 글로벌 팬들이 다 볼 수 있는 유튜브로 더 접근하는 편인데, 이에 자체 콘텐츠에도 집중하게 된다. 그룹 색깔에 맞춰 자체 콘텐츠를 만들 수 있어 회사에서도 방향을 잡기 좋다. 특히 무대 위나 뮤직비디오 등 완성된 본품도 좋지만, 팬들은 뒷이야기를 많이 궁금해해서 관련 콘텐츠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팬들이 한층 가수와 한층 가깝게 느끼는 점도 있고, 멤버들과 회사의 피, 땀이 들어간 과정에 함께 뿌듯해하기 때문이다"고 했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