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인터뷰 1에 이어)

뮤지컬 배우 장지후는 대중에게 낯설 순 있지만 뮤덕(뮤지컬 덕후)들 사이에선 믿고 보는 배우다. 2010년 ‘생명의 항해’로 데뷔해 13년간 선 무대가 수십 개다. ‘벤허’에선 앙상블로, ‘노트르담 드 파리’에선 클로팽으로 ‘더 데빌’에선 존 파우스트를 연기했던 그. 현재는 ‘데스노트’와 ‘트레이스유’에서 각각 류크와 우빈 역으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데뷔 13주년,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돌아보면 어때요?

“‘언제 이렇게 많이 했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네요. 제법 최근에 했던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4-5년이 훌쩍 지나 있는 작품들을 보면서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아직도 제가 무대 위에서 대사를 뱉을 수 있고,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감사해요. 예전에는 대사 한 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어쩌다가 대사 몇 마디를 받으면 그걸 죽어라 연습하고 분석했어요. 그 몇 마디를. 그러니 지금 제가 얼마나 행복하겠어요. 제가 그동안 만난 모든 인물들과 무대 위 시간에 그저 감사한 마음뿐이에요.”

-장지후의 대표작? 인생캐? 자신 있게 내세운다면?

“지나온 모든 인물들을 구별 없이 사랑하고 아끼지만 언제나 제일 자신 있게 내세우는 작품과 인물은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작품 속 인물이에요. ‘데스노트’의 류크와 ‘트레이스유’의 우빈이죠. 우리의 최선은 그저 오늘에 최선을 다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하는 작품과 인물이 저에겐 가장 자신있게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최선의 것이에요.”

-그렇다면 도전하고 싶은 작품과 캐릭터가 있다면요?

“뮤지컬 ‘렌트’의 콜린이라는 인물이 되고 싶어요. ‘I’ll cover you reprise’라는 넘버 때문이죠. 이 넘버를 부를 때 저는, 제가 노래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려요. 저는 배우를 준비하던 시절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고, 노래보다는 연기에 더 흥미가 있었어요. 때문에 무대 위에서 노래를 해야 한다는 건 늘 저를 부담스럽게 만들었고 믿으실지 모르지만 지금도 그걸 이겨내며 공연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I’ll cover you’라는 곡은 꼭 무대에서 불러보고 싶은 곡이에요. 언젠가 그 인물이 되어서 이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어요."

-본인 이름 앞에 붙이고 싶은 수식어는요?

“‘배우’요. 진짜 큰 꿈인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배우’라는 단어의 무게를 거뜬히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시간이 지나도 끊임없이 상상하고 온 마음을 다해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갈 길이 멀고 험해요. 하지만 그게 이 직업의 매력이잖아요."

-이번 작품으로 어떤 칭찬과 평가를 듣고 싶은가요.

“그런 거 없어요. 그냥 관객들이 좋은 공연 보러 오셔서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서신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어요. 예전에 어딘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인데 어떤 사람들은 삶의 스펙트럼을 넓히기 위해서 공연을 보고 어떤 사람은 치유받기 위해서 공연을 보고 또 어떤 사람은 내일을 살아가기 위해 공연을 본대요. 늘 그런 여러가지 이유들이 충족되는 공연이었길 바라고, 제가 그 이유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늘 무대 위에서 또 아래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공연 문화 많이 아끼고 사랑해 주세요. 전 그거면 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아직 안 본 이들에게 전하는 ‘데스노트’를 봐야 하는 이유!

“뮤지컬 ‘데스노트’가 가지고 있는 작품성만으로도 공연을 관람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정의는 무엇인가’ 와 같이 어쩌면 무거울지도 모르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다뤄놓았고 굉장히 절제되고 세련된 방법으로 극을 잘 풀었다고 생각해요.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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