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연휘선 기자] "이 직업이 쉽지 않지만 서로 응원하면서 활동했으면 좋겠습니다". 보이그룹 세븐틴이 '2023 MAMA AWARDS'에서 대상을 수상한 가운데, 상을 떠난 고(故) 문빈까지 챙긴 부승관의 수상소감이 뭉클함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29일 일본 도쿄돔에서 치러진 '2023 MAMA AWARDS(마마 어워즈)' 챕터2에서 걸그룹 뉴진스와 보이그룹 세븐틴이 나란히 대상을 받았다. 뉴진스는 송 오브 더 이어(올해의 노래)와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올해의 아티스트)를, 세븐틴은 앨범 오브 더 이어(올해의 앨범)을 받은 것. 뉴진스가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가운데, 세븐틴은 퍼포먼스는 물론 시상식 내내 자리를 지켰고 피날레까지 장식하며 노래 제목처럼 '음악의 신'이 됐다.
세븐틴의 대상 수상 만큼이나 이날 화제를 모은 건 그들의 수상소감이었다. 특히 세븐틴 멤버 부승관의 멘트가 이목을 끌었다. 13명에 달하는 대인원인 세븐틴, 그 중에서 부승관은 "한 마디만 더 하겠다. 대상이 처음이라"라고 멋쩍어하며 대상 소감 말미에 마이크를 잡았다. 동료 가수들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였다.
부승관은 "오늘 무대 준비하면서 많은 가수 분들 무대를 보면서또 멋진 공연 보여주셔서 감사드린다. 상을 받던 , 받지 않았던 진짜 여기 계신 모든 아티스트 분들 너무 멋있고 많이 배운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라며 아티스트들의 자리를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에 라이즈 등 신인 보이그룹부터 현장을 지키고 있던 아티스트들이 기립해 세븐틴의 대상을 축하하는 모습이 화면에 포착됐다.
특히 그는 "같이 이 직업이 쉽지 않지만 서로 응원하면서 앞으로도 활동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해 울림을 남겼다. 이어 부승관은 "제가 이 말을 해도 될지 안될지 모르겠는데"라고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올 한 해 진짜 다사다난 했는데, 진짜 저희 팀 누구나 사랑해주고 응원해줬다"라며 말을 이었다. 또한 같은 세븐틴 멤버들의 독려 속에 울먹이면서도 "제 친구 빈이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고맙다고 얘기하고 싶다"라며 세상을 떠난 절친 고(故) 아스트로 멤버 문빈을 언급해 뭉클함을 더했다.
부승관의 수상 소감 당시 다시 한번 잡힌 객석에서는 걸그룹 르세라핌을 비롯해 눈물을 훔치는 멤버들도 있었다. 지난 4월 19일 문빈이 세상을 떠나고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 절친했던 부승관은 물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기억과 마음 속에 문빈의 존재감은 살아있었다. 이에 데뷔 8년 만에 대상을 거머쥔 세븐틴의 모습 만큼이나 세상을 떠올리고 동료 가수들에게 존경을 표하는 부승관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와닿았을 터다.
아이돌들의 정신 건강은 한국 가요계에서 최근 유독 민감하고 중요해진 화두다. 당장 같은 날, 정부가 정신건강검진을 2년마다 실시하거나 생애 맞춤형 정신건강검진을 받게 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졌을 만큼 해당 사안은 전 국민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여타의 직업보다 타인의 시각과 평가에 민감하고 겉에 드러나는 모습이 민감한 연예계, 특히 아이돌들이 더욱 큰 부담을 안고 있다. 이로 인해 인기 아이돌 멤버들이 단순 정신 건강뿐만 아니라 심리적 불안 증세 등의 이유로 활동을 중단할 정도다.
걸그룹 AOA 출신인 가수 초아는 하루 앞선 지난 28일 열린 E채널, 채널S 예능 프로그램 '놀던 언니' 제작발표회에서 "K팝으로 활동하는 친구들 중 실제로 약으로 버티는 친구들이 많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나도 이걸 내가 어떻게 유지할까 고민하던 중에 언니들을 만났다. 언니들이 산증인으로 활동을 해주고 계신다. 나도 그 친구들을 응원하면서 산증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정신적으로 문제를 겪는 친구들이 많은데,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정신 건강하고 행복하게 활동했으면 좋겠다"라며 동료 가수들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부승관의 소감은 가수들을 넘어 현장에 있던 K팝 팬들은 물론 '2023 MAMA AWARDS'를 시청하던 팬들에게도 울림과 시사점을 함께 남겼다. 대상을 수상하고 재계약 등으로 장수 아이돌의 길을 탄탄하게 닦고 있는 세븐틴조차도 가수, 아이돌이라는 직업이 결코 쉽지 않다고 인정한 바. 세상을 떠난 동료 가수 문빈의 비극을 겪은 부승관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였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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