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중. 사진 제공=인코드

[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최근 K팝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신인 보이그룹들의 커버 무대에서 빠지지 않는 그룹이 있다. 동방(東方)의 신(神)이 일어난다[起]. 그룹 동방신기는 보이그룹의 바이블이자, 교과서 같은 팀이다. 일련의 일로 팀을 떠났지만, 가수 김재중에게도 동방신기는 의미가 남다른 분위기다. 동방신기로 데뷔한지는 약 21년이 흘렀고, 이별한지는 14년이 지난 현재, 김재중은 동방신기를 어떻게 추억하고 있을까. 김재중이 그간의 연예계 생활을 돌이키며 동방신기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2003년 데뷔한 동방신기는 '주문-미로틱', '풍선', '라이징 선', '허그', '오정반합', '믿어요', '더 웨이 유 아' 등 히트곡을 남기며, 명불허전 보이그룹으로 K팝 시장을 호령한 바다. 무엇보다 당시만해도 뚫기 어려웠던 일본 음악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었다는 점에서, 현재의 글로벌 K팝을 만든 초석으로 평가된다.

김재중 역시 "한반도에서 해외를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인데 하나의 아웃풋 역할을 했다. 물론 보아는 먼저 잘 됐었지만, 당시 일본 시장은 그룹이 들어갈 수는 없었다. 지금 회사 이름이 바뀌었지만, 당시 쟈니스도 본인들 나라에서도 우리 회사 외에 다른 보이그룹이 나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신화 형들도 쟈니스에 위탁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유일하게 일본에서 활동하셨다. 그 방식은 옳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동방신기는 보이그룹의 일본 시장을 유일하게 열었다"며 자평했다.

동방신기는 김재중 예명이었던 영웅재중을 비롯, 유노윤호, 최강창민, 시아준수(김준수), 믹키유천(박유천)으로 구성된 5인조로 데뷔해, 큰 사랑을 받은 바다. 그러나 2009년 영웅재중, 시아준수, 믹키유천은 당시 소속사였던 SM엔터테인먼트와 갈등이 생기면서, 각자 갈 길로 흩어졌다. 그럼에도 여전히 각자 탄탄한 팬덤을 자랑하는 등 이들의 글로벌 인기는 대단하다. 그런 만큼, 멤버들 모두 20주년을 맞은바, 김재중이 멤버들과 소통 중이냐는 질문이 나왔다.

김재중은 "소통하는 것은 준수만 있다. 열심히 소통하는데, 잘해주고 있어서 기특하다. 사실 아마 모든 멤버가 바라는 것은, 어떤 멤버가 더 잘하고 있고, 이뤄내야 하고, 그런 것이 아니다. 잘만 살았으면 좋겠다고 싶다. 건강하게 잘 사는 것만으로도 고맙다. 물론 한 멤버가 안 좋은 상황에 놓여져 있지만 저는 최선을 다했다"라고 답했다.

연예계 생활 20년을 되돌아봤을 때, 뿌듯한 순간도 있지만 후회되거나 안타까운 순간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은 "제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연필 같은 것을 싫어한다. 연필로 지우기 보다는, 볼펜으로 쓰고, 화이트로 덮는 것을 좋아한다. 그 위에 무언가 쓰는 것을 좋아한다. 안 좋은 과거가 있고, 사고나 실수가 있다고 해도, 지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 위에 좋은 기억으로 쌓는다고 본다. 과거가 있었기에 그것을 돌이키면서 반성도 하고, 좋은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길에 선택들을 후회하고 싶지 않다. 20년 뒤에 내 자신도, 과거의 나에게 잘 선택했다고 이야기해줄 수 있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하고 있는 것들에 결과 도출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과정에 있어 결과까지 도래하는데 얼마나 성장할 수 있고, 성장통을 겪었을 때, 회피하고 도망가려고 하지 않고, 온몸으로 부딪히고 헤쳐나갈 때 비로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모든 일에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 나갈 것 같다"고 봤다.

20년을 채운 지금, 김재중의 새로운 챕터도 기대케 한다. 김재중은 지난해 큐브엔터테인먼트 부사장 출신 노현태 대표와 함께 연예 기획사 인코드를 설립, 제작자로 새 길을 알린 바다.

"회사를 설립하고 행복한 이유 중 하나가 굉장히 사무적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는 숫자를 봐야 한다. 이전까지는 내가 무언가 이루려고 할 때, 감성적이고 추상적인 단어들로 포장해서 결과를 만들어내야 했다면, 지금은 회사 운영하는 입장에서 숫자를 보고 일을 진행한다. 쪽의 스트레스를 받기는 하는데, 그 스트레스가 너무 행복하다. 저는 이게 맞는 사람인 것 같다. 회사를 설립한 일이 저의 너무 큰 전환점이다. 인생 첫 번째의 전환점이 데뷔라면, 회사 설립은 인생 두 번째로 큰 전환점이다."

제작자로 아이돌을 만들 때, 동방신기만큼 파급력을 가지고 K팝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는 "저의 전성기를 뛰어 넘는 것은 당연한 말인 것 같다. 당시 목표는 한국 시장을 벗어나는 것뿐이었다. 저의 시대는 물론, 이전 시대 선배님들까지, 저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유럽이나 미국의 음악들이었다. 혹은 J팝을 들으면서 지내오신 분들이다. 저희도 그 영향권에 있었다. 우리가 글로벌 시장에 직접 발을 딛고 노래할 수 있다는 자체가 꿈이었다. 그 꿈이 이뤄졌다. 지금은 전세계가 시장이니 저를 넘고도 남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제작자 롤모델도 꼽았다. "롤모델은 너무 많다. JYP(박진영)님도 훌륭하신 분이다. 근데 솔직히 이수만 프로듀서님을 굉장히 존경한다. 경영자와 프로듀서 두 가지의 능력을 가지는 것 자체가 생각보다 기적적인 일이다. 이수만 선생님은 그걸 가지고 계신 분이었다. 감각이 굉장히 좋으시다. 감각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단하신 것 같다. 그리고 민희진 대표님도 대단한 것 같다. 하이브도 그렇고, 저는 많은 회사와 친하게 지내고 있다."

무엇보다 김재중은 새 정규앨범으로 20주년을 화려하게 자축한다. 김재중은 26일 데뷔 20주년 기념 정규앨범 '플라워 가든'을 발표, 오랜 시간 신보를 기다린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킬 예정이다. 앨범명에서 느껴지듯이, 이번 콘셉트는 꽃이다. 김재중은 자신이 지나온 길과 현재 자신의 위치를 꽃에 비유, 이번 앨범 콘셉트를 정했다고 고백했다.

"제가 데뷔했을 때, 장미 꽃다발을 들고 데뷔하지 않느냐. 꽃과 연관성이 많다. 꽃 한 송이 한 송이들이 모였을 때, 다발이 되고, 다발이 넘쳐나면, 큰 정원 가든이 된다. 알고 보니, 뭔가 큰 플라워 가든은 거창하고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실제로 좋아하는 사람한테 꽃 한 송이 받을 때 감동, 꽃 한 송이를 준비해서 누군가에게 줄 때 그 마음이 소중하지 않느냐.

무조건 아이돌 가수는 하락세 그래프를 무조건 탄다고 본다. 최근 활동을 하면서, 아주 작게나마 상승을 일으키는 중이다. 저희 팬분들도 세월을 지내시다 보니, 현생과 일에 치여서, 또는 결혼해서 육아하느라 지치셨다가, 다시 돌아오신 분들도 있더라. 심지어 데뷔했을 때 태어난 친구들이 팬이라고 찾아오시기도 했다. 조카가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나 김재중 팬이라고 했다더라. 우리 삼촌이라고 해서, 전화 통화했다. 그때 느꼈다. 상승하고 있구나(웃음).

그래서 한 송이의 꽃 중요성도 소중히 잘 알고 있고, 그룹시절 전성기 시절 느껴봤던 큰 가든의 팬분들 모습도 봐왔다. 크고 작은 소중함을 모두 알고 있다. 그리고 꽃이라는 이미지로 풀 수 있는 사랑의 표현들이 많더라. 제 기분이 딱 지금 이 앨범이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