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자민당 총재가 16일 총리에 취임하면 가장 먼저 맞닥뜨리게 될 외교 문제는 징용 기업 자산의 현금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 법원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지 ‘현금화’ 국면이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스가는 그동안 관방장관으로 수차례에 걸쳐 일본 기업 자산이 현금화되면 즉각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가 그간 비밀리에 금융 제재와 송금 중지를 포함, 40개가량의 보복 조치를 주기적으로 검토할 때도 모두 참여했다.

스가는 최근 한일 관계 악화 원인이 전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있다고 보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2015년 맺은 위안부 합의를 사실상 파기하고,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 위배되는 징용 배상 요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이런 불신엔 개인적인 배신감도 작용하고 있다. 스가는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주일 대사로 근무할 당시 한 살 위인 그와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이 전 실장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선생(先生)’으로 부르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실무 협의를 발족시킨 바 있다. 2015년 12월 위안부 합의가 맺어질 때 여러 차례 자신이 개입해 ‘장애물’을 제거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이 전 실장이 문재인 정부에서 구속되고 위안부 합의가 휴지가 되자 그가 격노했다는 사실은 일본 정치권에선 널리 알려져 있다. 스가는 이 전 실장이 감옥에 가게 되자 편지를 보내 위로하기도 했다.

스가는 원래 한국에 호의적이었다고 한다. 박근혜 정권 당시에는 이병기·유흥수 당시 대사의 초청으로 관저에서 여러 차례 식사하기도 했다. 삼계탕을 좋아하고 제주도에 골프 여행을 간 적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대사와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을 정도로 가까웠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에서는 이 같은 관계가 계속되지 않았다. 스가와 친분이 있는 한 소식통은 “스가 총리가 먼저 한국을 자극할 생각은 없지만, 현금화가 실행되거나 싸움을 걸어오면 절대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가는 북한에 대해선 아베 총리보다 강경하다는 평을 듣는다. 그는 북한에서 일본을 오가던 만경봉호가 조총련과 연계해 불법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보고 항만법 개정 등 강력한 대책을 주장해 관철한 바 있다. 납치 문제 담당상도 겸한 적이 있는데 일본인을 납치하고, 북한 주민을 굶겨 죽이는 김정은 정권을 혐오한다고 한다. 일본 공무원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을 때 스가가 “만약 여기가 북한이었다면 당신은 총살당했다”고 싸늘하게 말한 적도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