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대표적 ‘반(反) 푸틴’ 인사인 알렉세이 나발니가 15일(현지 시각)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 속 나발니는 수척해보였지만, 인공호흡기 없이 자가 호흡을 하는 등 비교적 회복한 모습이었다.
비행기에서 돌연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졌던 그는 독일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나발니는 “여전히 아무 것도 할 수 없지만, 어제는 하루 종일 (인공호흡기 없이) 혼자 숨을 쉴 수 있었다”고 했다. 나발니가 올린 사진에는 아내 율리야 나발나야 등과 찍은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나발니는 “오직 내 힘, 어떤 외부의 도움도 없었으며 특히 내 목 속에 있는 간단한 (인공호흡기) 밸브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나는 그것(인공호흡기)을 아주 좋아했다. (인공호흡은) 많은 사람들에게 과소평가받고 있는 놀라운 호흡 방식이다”라고도 했다.
나발니는 지난달 20일 시베리아에서 모스크바로 돌아오는 국내선 여객기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혼수상태에 빠졌다. 비행기 탑승 직전 공항에서 차(茶)를 한 잔 마셨는데, 체내에서 치명적인 독극물인 노비촉이 발견됐다. 노비촉은 구소련이 냉전 말기 무기용으로 개발한 독극물이다.
나발니는 쓰러진 지 이틀 만인 22일 독일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베를린 샤리테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이후 지난 7일 의식불명(코마) 상태에서 벗어났다.
이 사건을 놓고 국제사회는 진상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나발니에 대한 공격은) 명백한 살인미수”라며 “사건의 정황과 책임자를 지체 없이 밝혀내야 한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성명을 통해 “완전하고 투명한 조사가 실시되고 관련자들이 책임을 지는 것을 나발니의 가족과 러시아 국민은 지켜볼 자격이 있다”며 “우리는 그의 완전한 회복을 희망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