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애슬론대회(철인 3종 경기) 결승선 100미터 앞. 종착지를 향해 달리던 한 선수가 속도를 줄이다 결승선에서 한 발짝을 남기고 멈춰섰다. 뒤를 돌아본 그는 바로 뒤에서 뛰어오던 다른 선수를 기다린다.
두 선수는 결승선을 넘기 직전 잠깐 악수를 나눴고, 뒤에 온 선수가 멈춰선 선수보다 먼저 결승점을 넘었다. 결승점을 먼저 통과한 선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양보한 선수는 4위에 그쳤다. 하지만 관객들의 박수는 4위에 쏟아졌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 산탄데르에서 열린 ’2020 산탄데르 트라이애슬론대회'에서 스페인의 디에고 멘트리다(21) 선수가 동메달을 양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간발의 차로 앞서던 영국의 제임스 티글 선수가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코스를 이탈했는데, 이를 본 멘트리다 선수가 결승선 앞에서 티글 선수를 위해 기다린 뒤 메달을 양보한 것이다.
스페인 현지언론 엘문도에 따르면 멘트리다 선수는 “결과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게 당연했다”고 했다. 경기 내내 자신보다 5m 앞에서 뛰던 티글 선수가 메달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다. 그는 “그(티글 선수)는 동메달을 받을 자격이 있고 이렇게 하는 것이 더 정의롭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멘트리다는 마드리드에 있는 레이 후안 까를로스 대학에서 물리치료학과 스포츠과학을 이중전공하고 있는 대학생이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수면시간을 쪼개 트라이애슬론 훈련에 매진했다.
멘트리다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며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저에게 가르쳐 준 것이었기 때문에 (양보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고 적었다.
또 “동메달이나 상금 300유로보다 스페인의 트라이애슬론 대표선수이자 이번 대회 우승자인 하비에르 고메즈 노야(37) 선수와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사실이 더 속상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스페인 출신인 하비에르 고메즈 노야 선수는 트라이애슬론 세계 선수권 5관왕을 휩쓴 스포츠 스타다.
티글은 인스타그램에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경로를 이탈했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멘트리다)가 결승선 앞에 멈춰선 채 나를 먼저 통과하도록 한 것을 봤다”며 “믿을 수 없는 스포츠맨십을 보여줬다”고 감사를 표했다.
대회 본부는 멘트리다에게 ‘명예 3위’를 주고 동메달 상금과 똑같은 300유로(약 40만원)을 수여했다. 고메즈 노야 선수도 멘트리다의 행동을 두고 “역사상 최고”라고 극찬했다. 고메즈 노야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멘트리다의 바람대로 그와 함께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