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신임 총리가 임기 초반 미·일 동맹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스가는 22일 일본 외교안보사령탑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국가안전보장국장을 워싱턴 DC로 파견했다.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나는 기타무라를 통해 자신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미·일 동맹을 중시한다는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 9시 관저에서 취임 후 첫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교도통신 연합뉴스

스가는 취임 4일 만인 지난 20일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와의 첫 회담에서 “일·미 동맹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기반”이라며 “전례 없이 견고해진 일·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가겠다”고 했다. 16일 총리 취임사에서도 미·일 동맹을 중심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을 강조한 바 있다.

스가가 이렇게 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이유는 아베의 업적 중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한 외교·안보 분야가 가장 큰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마이니치신문의 여론 조사에서 아베 총리의 외교·안보 정책은 다른 분야에 비해 57%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아베는 2009~2012년 민주당 정권하에서 흔들리던 미·일 동맹을 굳건히 한 후, 미국의 등에 올라타 일본 위상을 높이는 전략을 구사했다.

미·일 동맹이 흔들리던 시기에 경험했던 일들도 그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스가는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최신호(10월호)에 밝힌 자신의 ‘정권 구상’에서 일본 민주당 정권 시대에 “주변국으로부터 ‘미국과 거리가 있는 일본은 무섭지 않다’고 얕보이는 냉혹한 외교”를 경험했다며 “미·일 동맹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일본 민주당 정권에서 미·일 관계 악화로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의 북방영토 ‘상륙’이 처음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센카쿠 열도 부근에서 중국 어선이 일본 순시선에 충돌해 중국 선장을 체포했지만 어쩔 수 없이 석방하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이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 일·미 동맹을 한층 강고하게 하는 것이 필수불가결하다”며 “내가 지난해 미 함재기(艦載機)의 훈련에 활용하는 마게시마(馬毛島)의 토지취득 교섭을 지휘했는데 이것이 (미·일 동맹 강화에)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올 초에 주일 미군 함재기의 이착륙 훈련(FCLP) 부지로 제공하기 위해 마게시마를 160억엔(약 1780억원)에 구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