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 경쟁 중인 미·중(美中) 양국의 외교사령탑이 다음 달 잇달아 도쿄를 방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신임 총리를 만난다. 그간 미·일 동맹을 강조해온 스가 총리에게 첫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다음 달 방일, 스가 총리를 만날 예정이라고 NHK 방송이 27일 보도했다. 왕 부장의 방일은 스가 총리가 지난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 전화회담을 한 후 결정됐다. 양국 지도자는 이 회담에서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하며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왕 부장은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과 회담 후, 스가 총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미국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다음 달 초쯤 일본을 방문한다. 폼페이오 장관은 도쿄에서 열리는 미·일·호주·인도의 ‘4자 안보 대화(쿼드)’ 회의 참석차 방일한다. 쿼드 회의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유하는 주요 국가 간의 모임. 이번 회의에선 ‘반중(反中)연대’를 통한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쿼드 회의 직후 스가 총리를 만나 미일 동맹 강화 방침을 다짐받을 예정이다.
이에 대해 왕이 부장은 스가 신(新)내각이 반중 연대에 앞장서지 말 것을 요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이 홍콩의 인권 문제를 제기한 것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왕 부장은 코로나 사태로 연기된 시 주석의 국빈(國賓) 방일 문제도 거론할 예정이다.
스가 총리는 취임하면서부터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에 이어 미·일 동맹을 기반으로 한 외교를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분게이슌주(文藝春秋) 최신 호(10월 호) 기고문에선 “(과거에) 주변국에 ‘미국과 거리가 있는 일본은 무섭지 않다’고 얕보이는 냉혹한 외교”를 경험했다며 “일·미 동맹을 한층 공고히 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중일 간 교역이 3407억달러(약 400조원)에 이를 정도로 중국이 가장 큰 무역 상대 국가라는 것도 무시하기 어렵다. 자칫 미·일 동맹 원칙만을 강하게 내세울 경우, 중국의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NHK 방송은 스가 총리가 미·일 동맹을 외교 기축으로 삼는 한편, 중국과의 의사소통도 유지해 안정된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생각을 왕이 부장에게 전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