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명한 여성 왕훙(網紅·중국 인터넷상에서 영향력이 큰 사람·인플루언서)이 실시간 방송 중 전 남편이 끼얹은 휘발유에 불이 붙어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은 뒤 2주 만에 결국 숨졌다.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는 생전 라무씨의 모습. /더우인

3일 베이징유스데일리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판 틱톡(Tiktok)으로 불리는 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Douyin)’에서 팔로워 수십만 명을 보유한 고(故) 라무(拉姆·30)는 지난달 14일 오후 8시 50분쯤 쓰촨성에서 실시간 방송 도중 전 남편 탕(唐)모씨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라무는 맨얼굴로 시골에서 살아가며 요리, 채집 등 일상생활을 전하는 영상을 올려 더우인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라무가 실시간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화면이 검게 변했다. 탕씨는 칼을 들고 그녀 앞에 나타나 휘발유를 끼얹고 불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사건 직후 라무는 지역병원으로 실려간 이후 추가 치료를 위해 쓰촨성 인민병원으로 이송됐다.

라무의 가족들은 팬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요청했고 라무의 팬들은 사건 발생 24시간 만에 100만 위안(약 1억7000만원)을 모금했다. 그러나 라무는 지난달 30일 결국 사망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라무와 탕씨는 지난 5월 이혼하면서 슬하의 두 자녀를 한 명씩 나눠 키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최근 탕씨는 라무에게 재혼을 요구하며 “(재혼하지 않으면) 아이 한 명을 죽이겠다”고 위협했다고 한다. 라무는 탕씨를 피해 도망쳤으나 탕씨의 협박과 폭행은 계속됐다고 한다. 라무의 위치를 밝히지 않은 여동생도 탕씨에게 맞았다. 가족들은 “라무가 종종 남편 탕씨에게 구타를 당했다"고 했다.

중국 영상 공유 플랫폼 더우인에서 실시간 방송을 하고 있는 생전 라무씨의 모습. /더우인

결국 가족들은 탕씨를 경찰에 신고했으나 이후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이 돼서야 현지 경찰은 고의 살인 혐의 등으로 탕씨를 구금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Weibo)에선 7000만 명이 넘는 네티즌이 라무의 죽음을 애도하며 해시태그(#·검색을 쉽게 하기 위해 붙이는 기호)를 달았다. 네티즌들은 “시골에서 사는 여성에게 더 많은 치안 대책이 필요하다” “가정폭력을 신고했을 때 경찰은 어디에 있었나” “남편을 사형하라” 등 중국 사회에서 여성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만연한 가정 폭력 행태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