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이 선정됐다. WFP는 전쟁 중이거나 가난한 나라의 굶주린 사람들을 돕는 데 앞장서왔다.

지난 1월 24일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의 피실라 지역에서 주민들이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제공한 긴급 구호 식량을 받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 시각) WFP를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수상 이유로 “WFP는 기아 퇴치를 위해 노력했고 분쟁 지역에서 평화를 가져오는 데 기여했으며 굶주림이 전쟁과 갈등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을 방지했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또 WFP가 “코로나에 대항하는 노력을 강화하는 인상적인 능력을 보여줬다”고 했다. 예멘·콩고민주공화국·나이지리아·남수단·부르키나파소 등 정정이 불안했던 빈곤국들이 코로나 직격탄으로 식량 사정이 더욱 악화된 상황에서 기아를 해결하기 위한 WFP의 헌신이 빛났다는 것이다. 노벨위원회는 WFP의 코로나 대응 구호를 그대로 인용하며 “백신을 찾을 때까지는 이 혼돈에 맞설 최고의 백신은 식량”이라고 했다. 상금으로는 1000만크로나(약 13억원)가 주어진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WFP는 1961년 창립됐으며 본부는 이탈리아 로마에 있다. 잉여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의 기아 문제를 해결해, 궁극적으로 아무도 굶지 않는 ‘제로 헝거(Zero Hunger)’의 구현을 목표로 한다. 전 세계 80여 국가에 1만50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으며 미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를 지낸 데이비드 비슬리(63) 사무총장이 조직을 이끌고 있다.

비슬리 사무총장은 노벨상 발표 직후 트위터에 영상을 올리고 “믿을 수 없다”면서 “겸허한 마음으로 상을 받겠다”고 했다.

WFP는 세계 각국과 민간단체들이 내는 자발적 기여금을 재원으로 매년 300만~400만t의 식량을 구입해 자체 선박·자동차·비행기로 긴급 구호가 필요한 곳에 실어나른다. 직접적인 식량 구호뿐 아니라 학교 급식, 영유아와 임신부를 위한 모자 보건 영양 개선 사업, 가난한 농촌 주민들을 위한 자활 사업 등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노벨평화상 후보는 개인 211명, 단체 107곳을 포함해 318명으로 역대 4번째로 많은 수준이었다. 노르웨이 의회가 지명한 위원 5명으로 구성된 노벨위원회는 지난 1월 말까지 후보 추천을 받아 검증 작업을 거쳐 이날 수상자를 발표했다. 시상식은 다이너마이트 발명가로 유명한 알프레드 노벨의 서거 기념일인 매년 12월 10일 열린다.

2014년 아프리카 수단의 난민 여성들이 다르푸르 실향민을 위한 캠프에서 WFP가 제공하는 구호 식량을 받는 모습. [AFP=연합뉴스]

노벨평화상은 노벨의 유지에 따라 국가간 친선, 상비군 폐지 또는 감축, 평화 회의 설립과 증진 등을 위해 노력한 개인 또는 단체에 수여된다. 노벨평화상 후보는 현직 국가원수 등 일정 자격을 충족하는 개인과 단체라면 자유롭게 추천할 수 있다. 다만 추천자와 후보 명단은 향후 50년간 공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