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퇴진과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태국의 반(反)정부 시위대가 18일 한국어로 작성된 포스터를 통해 “1987년 한국의 6월 민주 항쟁과 같이 2020년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다시 시작했다”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세계에 군부 통치 반대 투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태국 반정부 시위대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어를 포함한 다국적 언어로 자신들이 태국의 군주제와 군부 통치에 반대하는 주장과 근거를 알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공개한 한국어 포스터에 따르면, 이들은 “여러분의 관심이 필요하다”며 “지금 태국 국민들은 군부 독재 정권과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시위대는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WhatIsHappeningInThailand)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세계 각국의 언어로 그들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 5월 22일 일어난 쿠테타 이후 태국인들은 군부 독재의 억압 하에 살아왔다”면서 “태국 군부는 6년 동안 시민을 침묵시키고 억압하기 위해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이어 “태국 시민은 더는 잔혹한 독재를 견디지 않을 것”이라며 “군부를 향해 올바른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많은 활동가들과 학생들이 협박, 폭행, 추방 등의 비참한 결과를 맞이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패한 태국 사법체계는 지배계층을 떠받치고 피지배 계층의 사람들이 설 곳을 없애는 군부의 무기로서 이용되고 있다”며 “우리의 외침이 더 널리 울려 퍼질 수 있도록 지구촌 시민 여러분의 도움과 지지가 간절하다”고 했다. 이들은 “여러분이 사랑하는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널리 알려달라”고도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는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 정권이 지난 2월 헌법재판소를 통해 야당을 강제 해산시키면서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지난 6월 정권을 비판하던 반정부 인사 납치 사건이 발생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시위대는 총리 퇴진과 함께 왕실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와치랄롱꼰 국왕은 여성 편력과 사치스러운 생활로 비판을 받아왔다.
시위대는 왕을 고소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헌법을 개정하고, 최대 징역 15년 형을 받을 수 있는 왕실 모독죄를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시위대는 “정부에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상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하는 것뿐”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아이돌 그룹 2PM 멤버이자 태국 출신 닉쿤은 트위터를 통해 “폭력 사용은 수수방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폭력은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며 “모두 몸 조심하고 잘 지내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는 반정부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는 정부 대응을 비판한 것으로 분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