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선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20일(현지 시각) 브라질리아에서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트럼프 대통령의 (재임) 취임식에 참석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미국 대선에 간섭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에서 우러나와 하는 말이라고 했다.
‘열대의 트럼프’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보우소나루뿐 아니라 최근 공공연히 트럼프 재선을 지지하는 정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동유럽 트럼프’로 불리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앞서 “트럼프가 이길 것이다. 30년 이상 정치판에 있었던 내 촉을 믿는다”고 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도 “트럼프가 재선 경쟁에서 이길 만하다”고 말한 바 있다.
통상 우파 포퓰리스트로 묶이는 이들은 왜 트럼프의 재선을 바랄까. 보우소나루에게 있어 트럼프는 ‘영혼의 단짝’이다. 아마존 열대우림 벌목과 개간 사업을 서두르는 보우소나루에게 환경과 인권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집권은 악몽이다. 반면 트럼프가 연임한다면 보우소나루는 트럼프의 지지를 토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두테르테는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을 이어가기 위해 트럼프의 재선이 필요하다. 2016년 두테르테 정권이 3개월 동안 2400여 명의 마약 관련 용의자를 현장에서 사살하자 당시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두테르테는 “오바마는 지옥에 갈 수 있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반면 트럼프는 "당신이 마약 문제에서 해낸 믿을 수 없는 업적을 축하하고 싶다”며 두테르테 정책을 옹호했다.
사법 통제와 언론 통제를 일삼는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미국 민주당이 주도하는 ‘도덕적 제국주의’의 시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면서도, 다른 나라 내부 문제엔 적극 개입하지 않는 트럼프 시절이 더 좋다는 것이다.
이들처럼 공개적이진 않지만, 내심 트럼프의 재선을 바라는 정상들이 적지 않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대표적이다.
역내 세력 확장을 꾀하는 에르도안에게도 트럼프는 좋은 조력자였다. 트럼프는 에르도안이 원하는 대로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시켰고, 동시에 터키는 눈엣가시였던 시리아의 쿠르드족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감행할 수 있었다. 트럼프 시절 에르도안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면서도 나토의 주적인 러시아로부터 방공 미사일 시스템(S-400)을 도입하는 등 동맹 체제를 어지럽혔지만, 바이든이 당선돼 나토 복구에 나서면 이 같은 행동이 어려울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 에르도안은 방패를 잃는 꼴"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분쟁지인 골란 고원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해주고, 미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해 네타냐후 총리에게 힘을 실어줬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해야 네타냐후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과 같은 자신의 과업을 추가 도모할 수 있다.
결국 이들은 트럼프의 패배가 트럼프가 각국에 퍼트린 ‘자국 우선주의’까지 무너뜨릴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4년 동안 승리를 거둔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트럼프 실각으로 미국의 전통적 외교 정책이 돌아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