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실시된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박빙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선거에 촉각을 곤두세운 전세계 지도자들이 각양각색의 감상평을 쏟아냈다. 미국에 대한 거친 비난부터 트럼프의 승리를 선언하는 ‘설레발’까지 다양했다.
통상, 무역, 기술 등 미국과 곳곳에서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 외교부는 이번 선거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공식적인 답변을 거부했다. 하지만 영자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트위터에서 “미국은 추락하고 있다(US is in degradation)”며 “이런 종류의 소요는 대개 후진국의 선거에서 벌어지는 일”이라고 했다. 미 대선을 앞두고 좌우가 양극단으로 나뉘어 충돌을 빚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트럼프의 협정 파기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란의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이니는 “그 누가 선거에서 승리하더라도 미국에 대한 우리의 정책은 변함없을 것”이라며 “우리는 아무 걱정이 없다”고 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영국의 도미니크 랍 외무장관은 개표 중 승리를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리면서도 “그 누가 승리하던간에 우리는 미국의 제도에 대한 신뢰가 있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할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우편 투표를 둘러싼 불복 등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어려움 없이 지도자를 선출할 것이란 기대를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는 미국 정부, 미국인들과 함께 일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했다.
반면 유럽에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메르켈 총리의 1순위 후계자로 꼽히는 안네 크램프 카렌바우어 독일 국방장관은 이번 선거를 두고 “아주 폭발적인 상황”으로 규정하며 “결과의 정당성을 판가름하기 위한 전쟁이 시작됐다. 우리 모두를 심각하게 걱정시키는 일”이라고 했다.
트럼프에 대한 공개적인 지지를 표시하는 지도자들도 있었다. 야네스 얀사 슬로베니아 총리는 “트럼프와 펜스 부통령이 4년더 일할 것이 확실시 된다”며 트럼프의 낙선을 예측한 주류 언론을 비난했다. 프랑스 극우 진영의 리더인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트럼프의 승리가 프랑스에게 최고의 결과일 것”이라고 했다.
우리 외교부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종건 1차관이 지휘하는 ‘미국대선 태스크포스(TF)’가 현지 재외공관과의 협업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선 결과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선거가 끝난 뒤 이르면 8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