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실시돼 개표가 진행중인 미국 선거 승부의 추가 조 바이든 후보 쪽으로 기울게 된 데에는 경합주이자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가 민주당으로 넘어간 것이 치명타였다. 특히 이 지역의 터줏대감이었던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부인 신디 매케인이 바이든 지지를 선언한 것의 영향이 컸다. 성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그녀를 향해 ‘댓글 폭탄’을 퍼붓고 있다.

2017년 10월 16일 조 바이든(오른쪽) 전 부통령이 미 국립헌법센터(NCC)가 수여하는 '필라델피아 자유의 메달'을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게 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미 보수 진영에서 팟캐스트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마크 레빈은 4일(현지 시각) 개표가 진행된 이후 “신디 매케인 축하한다”며 “(당신의 지지로) 우리가 애리조나라는 비용을 치르게 됐다”고 했다.

2년 전 뇌종양으로 세상을 뜬 미국의 ‘전쟁 영웅’ 존 매케인은 애리조나에서 35년간 상·하원 의원을 지냈다. 해군 조종사로 베트남에서 생포됐던 자신을 조롱한 트럼프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고, 공화당 내 반트럼프 진영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존 매케인의 부인 신디 매케인 여사. /AP연합뉴스

부인 신디 맥케인은 이례적으로 민주당 전당대회에 참석해 바이든 후보 지지를 선언했고, 선거 직전에는 미 일간지 USA투데이에 “공화당원이 바이든에 투표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기고도 남겼다. 애리조나 지역에선 그 반향이 컸다고 한다.

그 결과 총 11명의 선거인단이 걸려있는 애리조나에선 개표가 82% 진행된 가운데 바이든 후보가 141만표(51.0%)를 얻어 132만표 득표에 그친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며 승리를 사실상 확정지었다.

레빈이 올린 게시물에는 하루만에 2만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매케인 부인을 향해 “배신자” “우리는 당신을 원하지 않는다” “공화당을 지금 당장 탈퇴하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가 가장 먼저 애리조나에서 바이든 후보의 ‘확정적 승리’를 예측하자 트럼프 캠프가 폭스뉴스에 항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자초했단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트럼프는 매케인을 “해군사관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멍청이” “붙잡혔기 때문에 전쟁 영웅이 아니다”라고 깎아내려 큰 비판을 받았다. 매케인의 장례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다.

프랭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는 “트럼프가 약간(1온스)의 진정성만 있었더라도 그녀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