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억만장자 첸펑레이(錢峰雷·43)와 그의 조수 팡(方·48)모씨가 홍콩 도심 한복판에서 괴한 3명의 습격을 받았다. 첸펑레이는 유니버셜 인터내셔널 홀딩스 홍콩 이사인 자선사업가로, 최근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가 앤트그룹 상장 중단을 겪은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馬雲)과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14일(현지 시각)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홍콩 현지 경찰은 지난 12일 자정 무렵 홍콩 완차이(灣仔) 하버 로드(Harbour Road)에서 첸펑레이와 팡씨를 칼로 찌르고 달아난 혐의로 남성 3명을 쫓고 있다고 밝혔다.
홍콩 경찰에 따르면 첸펑레이 일행이 이날 하버 로드에 위치한 고급 회원제 클럽을 떠나려고 했을 때 마스크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남성 3명이 칼을 든 채 갑자기 주차돼 있는 차량에서 튀어 나와 이들을 급습한 뒤 현장을 떠났다.
급습 직후 첸펑레이는 팔다리에 부상을 입었고 운전기사의 도움으로 현장을 벗어났으나 팡씨는 머리, 등에 부상은 입은 채로 현장에 남겨졌다. 운전기사는 홍콩 남부까지 달아난 뒤 이튿날 오전 0시 36분 경찰에 신고했다. 첸펑레이와 팡씨는 의식이 있는 상태로 현지 병원에 이송됐고 이후 파멜라 유드 네더솔 이스턴(Pamela Youde Nethersole Eastern) 병원으로 옮겨졌다. 첸펑레이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으나 병원에 도착했을 때 피투성이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팡씨는 13일 밤까지 중태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경찰 대변인은 “초기 수사 정보에 따라 용의자는 현재 3명으로 보고있다”고 밝혔지만 13일 오후까지 아무도 잡지 못했다. 첸펑레이는 경찰 조사에서 타인의 원한을 살만한 일이나 금전적 문제는 없었다고 진술한 뒤 침묵을 지켰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SCMP는 “첸펑레이가 중국 남동부 저장성 출신으로 억만장자이자 박애주의자로 알려져 있으며 홍콩 신분증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첸펑레이는 과거 원촨·위수 지역 대지진, 닝보 수해 등에 1000만 위안(약 16억 8000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의 별명은 돈이 아주 많다는 뜻의 ‘첸둬둬(錢多多)’다.
또 첸펑레이는 마윈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다. 마윈은 지난달 24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 금융서밋’에 기조연설자로 나서 중국 은행을 담보와 보증만 요구하는 ‘전당포’에 비유하며 “중국 금융의 전당포 정신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그는 “혁신은 시장, 풀뿌리, 젊은이에게서 온다. 문제는 (중국 당국이) 규제를 하는 능력만 강하고, 이들의 발전을 지원하는 능력은 약하다는 점”이라며 “혁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어제의 방법으로 오늘을 관리하는 것”이라는 등 21분 동안 중국 당국을 비판했다.
중국 금융 당국은 지난 2일 마윈과 앤트그룹 경영진을 불러 일종의 경고장인 ‘웨탄(約談·면담)’을 가졌고, 하루 뒤 사상 최대인 3400조원이 몰린 앤트그룹의 상장(5일)을 전격 중단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이와 관련, 12일(현지 시각) 앤트그룹의 상하이·홍콩 증시 상장 중단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지시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WSJ는 사안에 정통한 관리들을 인용해 “시 주석과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마윈의 연설에 대한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고 보도했다. 마윈의 발언을 놓고 시 주석이 자신의 통치와 공산당이 구축해놓은 안정성에 도전하는 행위로 여겼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