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I).”

지난 3일 미국 대선에서 패배했으나 결과에 불복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4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후보로 나온 미국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를 ‘훔쳤다(steal)’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4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워싱턴포스트(WP), AP통신 등에 따르면 ‘백만명의 마가 행진(Million MAGA March)’ ‘트럼프를 위한 행진(the March for Trump)’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등 단체는 이날 오전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의 프리덤 플라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선언하고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당선을 부정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했다. ‘MAGA’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를 뜻한다.

지지자들은 집회에서 “우리는 이겨야 한다, 우리는 싸워야 한다”고 외쳤다. 한 지지자는 “(민주당이) 선거는 훔쳤으나 우리 목소리를 훔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모든 합법적 투표가 집계돼야 한다”며 미 연방대법원이 불법 투표를 제외해 선거 소송을 결론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전했다. 또 지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패배와 불복을 선언한 주요 언론의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규정하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을 “감옥에 가두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집회 규모 관련,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CNN방송과 AFP통신 등은 보도했다. 반면 보수 성향의 폭스뉴스는 집회 참석 인원이 수만명이 달했다고 전했다. 집회 주최 측은 집회 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100만 명이 모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14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벌이고 있다.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집회가 본격적으로 열리기 2시간 전인 이날 오전 10시쯤 현장에 차량을 타고 등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를 통해 집회 개최 소식 관련 “마음이 따뜻해진다”며 “내가 현장에 들러 인사할 수도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차에 탄 채로 지지자들이 모인 프리덤 플라자 인근을 천천히 통과했고, 창문을 내린 채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그는 차에서 내리진 않았다. 집회 참가자들은 “미국, 미국” “4년 더, 4년 더” 등을 외치며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탄 차량 뒤를 쫓아갔다. 한 지지자는 WP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차가 바로 내 곁을 지나갔고 나는 대통령을 봤다. 그는 내 바로 옆에서 손을 흔들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버지니아주 스털링 골프클럽으로 골프를 치러 가는 길이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넘어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미 워싱턴DC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지지자들의 대규모 집회를 차량을 타고 지나가며 양손 엄지를 들어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집회 주최 측은 이날 워싱턴DC를 포함해 보스턴, 로스앤젤레스 등 거점 도시 51곳에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을 밝혔었다. 트럼프 대통령에 반대하는 좌파 단체는 일부 도시에서 ‘맞불 시위’를 계획했다. 이에 양 진영간의 물리적 충돌을 막기 위해 대규모의 보안 인력이 현장에 배치됐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프리덤 플라자 집회를 마친 후 대법원 청사까지 1.5마일(약 2.4㎞)을 행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 시각) 버지니아주 스털링에 있는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즐기고 있다./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