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전략폭격기 2대가 중국 해군이 대규모 훈련을 벌이는 동안에 중국의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17일 서태평양으로 날아온 뒤, 중국 방공식별구역을 경유해 괌으로 돌아가는 B-1B 전략폭격기의 항로

해외 항공기 추적 사이트인 ‘에어크래프트 스폿’(Aircraft Spots)에 따르면,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군 전략폭격기 B-1B 2대는 이날 오전 태평양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동중국해를 지나 중국의 ADIZ에 진입했다고 SCMP는 전했다. B-1B 2대는 이번 비행 중 공중 급유도 했다.

특히 이날 B-1B는 대만 ADIZ의 북동쪽 방향에 매우 근접해 비행했으며, 계속 같은 궤적을 따라 비행했다면 대만 ADIZ에도 진입했을 것이라고 한다. 국제 규정에 따라 다른 나라의 ADIZ를 비행하는 항공기는 이를 관련 당국에 알려야 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해당 지역에 대한 중국의 점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미 전략폭격기 B-1B. /미 공군

SCMP는 “중국 인근 해상에 정찰기를 보내던 미국이 무장 탑재량이 가장 많은 폭격기를 보낸 것은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고”라고 했다. 또 “이번 B-1B 비행 임무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대선 2주 후에도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에게 당한 패배를 불복하고 있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뤄졌다”며 “중국은 이 같은 불확실성에서의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17년 중국 인민해방군 동해함대 소속 지난함·빈저우함·닝보함 편대가 동중국해 해역에서 가상의 적 함대를 상대로 공군 조기경보기 및 전투기 등과 함께 실전적 훈련을 실시했다./중국해군망

B-1B이 중국 ADIZ 진입할 당시 중국 인민해방군은 동중국해, 남중국해, 보하이, 훙하이만 등 4곳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었다. 중국군은 이날 일대 비행을 제한했다.

이와 관련, 중국 국가해사국은 17일부터 30일까지 군사 훈련을 위해 중국 본토와 남부 하이난섬 사이에 있는 레이저우 반도 앞 남중국해에서 어선 운항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국가해사국은 또 17일 광둥성 산웨시 앞 남중국해 반경 5㎞ 지역에 대해서도 군사 훈련을 위해 항해를 금지했다. 19일부터 25일까지는 산둥성 다롄 인근 발해만에서도 실탄 사격 훈련이 실시된다고 예고했다.

SCMP는 “이번 훈련은 중국군이 동시다발적으로 합동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걸 과시하려는 중국 최고위층의 신호”라고 봤다. 또 반경 5㎞로 좁게 설정한 훈련 구역은 로켓 등을 발사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중국 군사전문가 송중핑은 “아마도 중국군의 훈련에는 로켓 발사도 포함됐을 것"이라며 "제한 구역을 반경 5km로 설정했다는 건 타격 정밀도를 테스트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그는 “이번 훈련은 중국군이 비상시 다른 지역에 병력을 동원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덧붙였다.

송중핑은 "예기치 못한 군사적 충돌은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으며, 대만 해협에서 충돌이 발생한다면 이는 즉각적인 대규모 군사적 대결로 번질 수 있다”며 “중국군은 최악의 상황에서 반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존 브래드포드 싱가포르 난양공대 선임 연구원은 “중국 해군이 동시에 4개의 훈련을 진행한 것은 군사적 준비 태세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중국 해군의 규모와 임무가 커지면서 이러한 군사적 훈련은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 국방부는 SCMP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