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화상회의에서 경청하는 척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은 나”

“음식 주문할 준비가 됐을 때 웨이터를 부르려 그의 눈빛을 쫓는 나”

최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의 한 장면. 다이애나빈을 맡은 배우 엠마 코린의 표정연기. /트위터

39년 전 영국의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지었던 수줍은 미소가 인터넷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콘텐츠)으로 다시 부활했다고 미 버즈피드 등이 17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The crown)’에서 다이애나 역을 맡은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한 한 시청자 때문이었다.

외신에 따르면, ‘더 크라운(The crown)’ 시즌 4에서 10대 후반의 다이애나역을 맡은 엠마 코린의 17초짜리 표정 연기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16년 방영을 시작한 더 크라운은 20세기 후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통치기 영국 왕실을 다룬 드라마다. 화려한 왕실 인테리어와 의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등 뛰어난 고증으로 유명하다.

1981년 영국 버킹엄궁에서 찰스 왕세자와 약혼 사실을 발표하는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생전 모습(오른쪽)과 이를 연기한 배우 엠마 코린. /트위터·유튜브

화제가 되고 있는 장면은 1981년 버킹엄궁에서 있었던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의 약혼식을 재현한 장면이다. 다이애나는 약혼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인 채 어색한 듯 수줍게 미소짓는다. 버즈피드는 “이 표정은 다이애나가 생전에 잘 지었던 것으로 유명한 표정”이라고 전했다.

고(故) 다이애나 스펜서. /조선DB

이 표정을 인터넷 밈으로 만들어낸 건 코로나 재봉쇄로 웃음을 잃었던 영국의 한 시청자의 재치였다. 영국에서 DJ를 하고 있는 데이비드 웨인(39)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을 연기한다는 것이 매우 힘들었을 텐데 코린은 다이애나가 젊었을 때를 거의 완벽하게 포착해 연기했다”며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그녀의 연기는 큰 즐거움을 줬다”고 했다.

데이비드는 많은 이들과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17초짜리 영상에 “저녁 식사로 무엇을 먹어야 할지 고민하는 나(Me trying to decide what to have for dinner)”라는 문구를 넣어 트위터에 올렸다. 이 영상은 하루 만에 250만 뷰를 기록했고, 이후 네티즌들에 의해 또 다른 버전의 밈이 수백 개가 만들어지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트위터

네티즌들은 이 영상에 “줌 화상회의에서 경청하는 척하지만 그렇지 않은 나” “음식 주문할 준비가 됐을 때 웨이터를 부르려 그의 눈빛을 쫓는 나” “눈빛만으로 모든 물체를 옮기는 나” “누군가 보드게임 규칙을 설명하려 할 때 주의를 기울이는 척하는 나” 등의 글을 적으며 놀이처럼 즐기고 있다.

‘국민 공주’ ‘영국의 장미’ 등으로 불리는 다이애나는 1981년 영국 찰스 왕세자와 결혼하며 왕실 일원이 됐다. 그러나 순탄치 않은 가정 생활로 1996년 이혼했고 이듬해 8월 31일 36세의 나이로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졌다. 다이애나는 지금까지도 현지에서 신문 1면에 등장할 만큼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