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김치 제조 방식이 지난 24일 국제표준화기구(ISO) 승인을 받아 ‘국제 표준'이 됐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가 29일 보도했다. ‘김치 종주국’ 한국의 참여 없이 중국 주도로 김치 국제 표준이 제정됐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중국 김치가 국제 김치 시장의 기준이 됐다”며 “한국은 굴욕을 당했다”고 보도했다. ISO는 국제 사회에서 제품과 서비스 교류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1947년 설립된 국제기구로, 165국이 가입돼 있다.
ISO 상임 이사국인 중국은 자국 김치 산업을 이끄는 쓰촨(四川)성 메이산(眉山)시 시장감독관리국을 앞세워 2017년부터 ISO 표준 제정 작업을 추진했다. ‘김치 국제 표준 제정’ 안건은 지난해 6월 8일 ISO 식품제품기술위원회 분과위원회를 통과했고, 17개월 만인 지난 24일 ‘ISO 24220 김치(염장발효야채) 규범과 시험방법 국제 표준’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ISO 승인이 ‘중국 김치의 국제 표준화’를 의미한다는 중국 언론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국내 식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식품 수출의 국제 표준은 ISO보다는 BRC(영국소매업협회)나 FSSC22000(국제식품안전협회) 등의 인증이 더 중요하다”면서 “한국 김치는 이미 2001년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에 국제 표준으로 등록돼 있다”고 했다. 김치 종주국인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제정된 김치 표준의 공신력은 인정받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이번에 중국이 국제 표준으로 등록한 김치는 중국식 염장 채소인 ‘파오차이'로, 한국의 김치와는 다른 식품이란 지적도 나왔다. 국내 식품 전문가는 “쓰촨 김치는 한국 김치와는 다른 중국의 전통식품이기 때문에 아예 다른 식품으로 봐야 한다”며 “ISO에 등록된 영문명도 ‘김치(kimchi)’가 아닌 ‘파오차이(paocai)’”라고 했다.
중국에서는 한국식 김치와 중국식 김치를 통틀어 파오차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김치와 파오차이를 구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하연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은 “CODEX에 김치는 고춧가루·마늘·생강·파·젓갈 5가지 재료를 버무려 만드는 방식이 표준으로 등록됐고, 중국의 파오차이는 소금으로만 절여 만든 것”이라며 “한국 김치가 세계 김치의 표준인 것은 이미 인증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