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제약회사의 무좀약 제조 과정에서 실수로 수면유도제 성분이 섞여 들어가 70대 여성 1명이 사망하고 100여명이 의식을 잃거나 기억상실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겪었다.

손발톱 무좀용 경구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50 MEEK'. /마이니치신문

15일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후쿠이현에 있는 제약회사 ‘고바야시화공(小林化工)’이 올해 6~7월 제조한 뒤 9월부터 3개월 동안 판매한 손발톱 무좀용 경구 항진균제 ‘이트라코나졸50 MEEK’ 9만여 정(로트번호 T0EG08)에 제조 과정상 실수로 수면유도제 성분이 섞여 들어가 판매된 것으로 밝혀졌다.

무좀약 1정에 포함된 수면유도제 성분은 약 5mg으로, 이는 수면유도제 1회 최대 투여량의 2.5배에 달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무좀약의 주성분은 드럼통처럼 생긴 높이 1m가량의 종이 용기에 보관하는 반면 수면유도제 성분은 납작한 캔에 보관한다. 사내 규정에 따라 작업 인원은 2인 1조로 보관장소에서 각 성분들을 분류해 제품을 제조하는데, 작업조가 1명이 되는 시간대가 있었고 그 시점에 실수로 이물질이 혼입됐다고 한다. 후쿠이현은 의약품·의료기기 법률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해당 회사를 조사 중이다.

특히 회사는 제품 출하 이전 검사에서 이물질 혼입 반응을 발견했음에도 제품 판매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7월 제품 출하 전 회사가 실시한 주성분의 함유량 샘플 조사 당시 수상한 반응이 포착됐으나 회사 측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미미한 반응’ 정도로 판단하고 제품을 그대로 판매했다”고 보도했다.

이로 인해 지난 9월 이후 3개월간 일본 전국 각지에서 문제의 무좀약을 복용한 뒤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잇따랐다. 지난 10일 이 무좀약을 복용한 70대 여성이 사망했고 의식을 잃거나 기억상실 증상 등 피해를 호소하는 환자는 지난 14일 기준 146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33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무좀약 복용 이후 운전 중 의식 이상으로 사고가 난 사례도 19건 신고됐다.

회사는 지난 14일부터 문제의 무좀약을 포함해 회사 전체 289개 제품의 출하를 일시 중지했다고 발표했다. 타무라 노리히사 일본 후생노동상은 “고바야시화공 문제와 관련해 후쿠이현과 긴밀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엄중히 조사하고 대처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