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시장 조사 업체가 최근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접종 예상 시기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필리핀, 태국, 캄보디아 등과 함께 내년 9월까지 접종 가능한 ‘2그룹’으로 분류됐다. 일본이나 중국, 싱가포르 등이 속한 ‘1그룹’은 내년 6월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1일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도착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의 모습. /EPA 연합뉴스

23일 미국의 소리(VOA) 등에 따르면, 최근 신용평가사 피치의 컨설팅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 예상접종 시기를 분석해 접종 시기가 빠를 것으로 추정되는 나라들을 그룹으로 묶어낸 보고서를 발간했다. 업체 측은 각국이 백신 개발 업체와 사전구매계약(APA)을 어느 정도 진행했는지 등을 기준으로 분류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1그룹에는 일본, 호주,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홍콩, 싱가포르 등 7개 국가가 포함됐다. 이들 국가는 내년 6월까지 국민 대다수가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 인구 570만명인 싱가포르는 21일(현지 시각) 아시아 최초로 미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을 받으면서, 빠르게 접종이 시작될 예정이다.

VOA는 “호주는 화이자와 모더나 등 4개 제약회사와 사전구매계약을 체결했고, 이 가운데 3개 계약이 유효한데 이를 통해 약 8300만회의 백신 접종 분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서는 전했다”고 보도했다. 일본 역시 4개 사전구매계약을 통해 5억 4000만회 백신 접종 분을 확보했고, 중국은 화이자 1억회 접종분 확보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자체 백신 개발까지 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국은 방글라데시,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과 함께 내년 9월까지 국민 대다수가 접종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2그룹’으로 분류됐다. VOA는 “보고서는 한국이 의료체계가 발달한 나라로 백신 접종과 관련해 상당한 자원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고 보도했다.

한국은 내년 2~3월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 백신 물량 일부가 들어와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에서 각각 1000만명분, 존슨앤드존슨-얀센에서 400만명분 등 모두 4400만명분(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 1000만명분 포함)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화이자와 존슨앤드존슨-얀센, 모더나 등과는 연내 혹은 내년 1월까지 구매 계약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어서, 공급 확약을 받은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일부뿐인 상태다.

이에 대해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보건복지부 대변인)은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최근 사회 분위기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방역 당국으로서 상당한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손 반장은 “코로나 백신 안정성 문제는 국민을 위해 놓칠 수 없는 주제”라며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는 상황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도 했다.

북한은 2022년 2월이 되어서야 대다수 국민이 접종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3그룹’에 포함했다. 아프가니스탄, 몽골, 네팔 등이 이 그룹에 속해있다. 보고서는 “자금난에 빠진 북한 정권은 백신을 사들이거나 보급할 자원이 부족하다”며 “북한에 백신이 공급되더라도 주민들에게 효과적으로 분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