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영국·캐나다 등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 백신을 선제적으로 확보한 나라들은 모두 백신이 궁극적 해결책이란 인식을 갖고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정상들이 공개적으로 백신 확보를 독려해 일선 공무원들은 미래에 있을지 모를 책임 추궁을 염려할 필요가 없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코로나 대유행 초기인 지난 3월 초부터 백신 확보를 독려했다. 백악관은 5월 말 신속한 백신 확보와 접종을 위해 여러 부처를 아우르는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팀을 출범시켰고, 미 의회는 여기에 100억달러(약 11조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이런 범정부적 지원 속에 미 보건복지부는 5~8월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등 여러 제약사와 선구매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미국 감사원(GAO)은 지난 5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백신은 수많은 생명을 구하고 미국 경제 회복을 도울 수 있다”며 백신 확보 노력을 지지하는 취지의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영국 정부는 4월 중순 백신을 최대한 신속히 확보하기 위해 ‘백신 태스크포스(VTF)’를 구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한 직후의 일이었다. 지난 5월 200명 규모로 출범한 이 태스크포스엔 관련 부처 공무원과 군인뿐 아니라 제약업계를 잘 아는 외부 인사들이 포함됐다. 그 덕에 5개 회사의 백신 3억5500만회 접종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존슨 총리는 6월 글로벌 백신 정상회의도 주최했고, 8월엔 “바이러스를 이길 백신을 찾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go all out)”이라고 했다.
세계 주요국 중 인구 대비 가장 많은 백신(인구의 11배)을 확보한 캐나다도 정상이 앞장서 정부 전체를 움직였다. 캐나다 정부가 지난 8월 화이자, 모더나,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와 연달아 백신 선구매 계약을 체결했을 때도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직접 그 사실을 발표했다. 당시 그는 “어디에서 (백신 개발의) 돌파구가 열릴지 모른다. 그래서 누가 처음 백신을 개발하든지 캐나다인들이 그 백신 혜택을 볼 기회를 갖도록 세계의 폭넓은 백신 개발 연구자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