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이 내년 1월 미국의 바이든 신(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항공모함 함재기 훈련(FCLP)을 위해 구입한 가고시마현의 무인도 마게시마(馬毛島) 정비에 착수했다.
일 방위성은 지난해 160억엔(약 1712억원)을 들여 민간 기업으로부터 매입한 마게시마 주변 해역 조사를 지난 21일부터 시작했다. 내년 5월까지 중장비를 동원해 인근 해저 37곳을 조사한 뒤 항만 시설 위치와 규모를 정할 계획이다. 기지 건설 공사를 위한 환경영향평가도 조만간 개시된다. 일본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를 마치는 2025년 전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게시마는 지난 9월 취임한 스가 총리가 미일 동맹의 새로운 표상(表象)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분게이슌주(文藝春秋) 10월호에 밝힌 자신의 ‘정권 구상’에서 “일·미 동맹을 한층 강고하게 하는 것이 필수 불가결하다”며 “내가 지난해 마게시마 토지 취득 교섭을 지휘했는데 이것이 (미·일 동맹 강화에) 큰 효과가 있다”고 했다. “약 2500m 활주로를 정비해 함재기 훈련에도 활용하게 하면 이런저런 장점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며 “마게시마 교섭을 지휘해서 미국 국방장관을 포함한 관계자들로부터 많은 감사 편지를 받았다”고도 했다.
스가는 지난해 ‘실세’ 관방장관으로서 미일 양국 간 주요 현안으로 약 10년 전부터 거론돼 온 마게시마 구입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원래 FCLP는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의 아쓰기(厚木) 기지에서 실시됐었다. 그런데 민원이 자주 발생하자 주일미군은 일본 본토에서 1000㎞ 이상 떨어진 유황도(硫黃島)를 오가며 훈련을 했다. 하지만 비행 거리가 너무 멀고 비상 착륙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대체지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2018년 함재기 거점이 야마구치현의 이와쿠니(岩國) 기지로 옮긴 후, 마게시마 매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섬 전체 면적이 8㎢로 서울 여의도와 비슷한 규모인 마게시마는 태평양 전쟁 당시엔 방공(防空) 기지로 쓰였던 곳이다. 1960년대 초반까지 500여 명이 상주, 초등학교 분교도 있었지만 이후 무인도가 됐다. 이곳엔 일본인 기업가가 화물공항을 만들기 위해 설치한 십자 모양의 비포장 활주로가 있다.
일본 정부가 장기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마게시마를 사들여 군사기지화한다는 관측도 있다. 지난해 미 CNN 방송은 마게시마에서 중국 상하이까지 거리가 900㎞에 불과한 것에 주목, “적절한 시설이 완성되면 마게시마는 일본 자위대의 항구적 기지로서 역할도 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