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지방 정부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높이 57.3m의 초대형 관우상이 세금 낭비, 도시 미관 저해 등 논란으로 결국 이동 조치가 결정됐다. 그러나 이전 비용(약 259억원)이 건립 비용(284억원)과 거의 비슷해 또다른 ‘세금 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 징저우에 2016년 건설된 세계 최대 규모의 관우상. 높이 57.3m, 무게 1200t에 이른다. /조선DB

31일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 등에 따르면, 후베이(湖北) 징저우(荊州)시는 지난달 논의 끝에 초대형 관우상을 내년 1월 이전하기로 했다. 중국 주택도시건설부는 지난 10월 이 관우상이 징저우역사문화보호계획 관련 규정을 위반해 바로잡으라고 통보했다. 관우상이 (징저우) 고성의 풍모와 역사적 가치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게만 1200여t에 달하는 관우상을 약 8km 떨어진 관우 유적지로 옮기는 이전 비용을 계산해보니 1억5500만위안(259억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우상을 개보수하고 새 부지로 운반하는 데만 4000만위안(67억원)이 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관우상 건설 비용은 당초 1억7000만위안(284억원)이었다.

중국 온라인상에선 배보다 배꼽이 크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 네티즌은 “이 동상을 옮기는 데 그 돈을 더 쓴다는 건 말도 안된다”며 “관련 당사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우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이전 비용이면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를 얼마나 많이 지을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며 “차라리 철거하라”고 했다.

징저우관광투자개발그룹이 2016년 세운 이 조각은 세계 최대 관우 조각상으로 알려졌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를 만든 중국 유명 예술가 한메이린(韓美林)이 디자인했다. 20층 아파트와 맞먹는 높이에 관우가 든 청룡언월도의 길이만 70m, 무게 136t에 달한다.

중국 매체인 상요우신문은 “관우를 문화 관광 자원으로 내세웠지만 4년간 관광객들의 외면을 받았고 지난 7월에는 무게 1200여t에 달하는 관우 조각 하단부가 내려앉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징저우는 중국 삼국지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으로 징저우시는 삼국지 영웅인 관우를 기념한단 명목으로 이 조각상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