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역사적인 ‘전국민 탈빈곤’을 선언했지만, 현실은 다르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지난 몇 년간 중국 정부가 농가에 가축을 무상 공급하거나 농촌 일자리를 급조하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빈곤층 소득 통계를 왜곡했을 뿐, 빈곤 해결은 요원하다는 것이다. NYT는 “중국이 지난 5년간 농촌 지역에 살포한 ‘탈빈곤 사업비'는 7000억달러(760조원)에 달한다”면서 “지속 불가능한 일시적 대책이 대부분이라 한계가 뚜렷하다”고 했다.
중국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간쑤성(甘肅省)에서는 수년 전부터 지방정부가 암소와 양 등 가축을 농촌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고 있다. 산골 마을인 제위안(結元) 주민들은 NYT에 “정부에서 나눠준 소 한 마리 가격(1.9만 위안, 약 318만원)이 1년 농사로 버는 금액보다 많다”고 했다. 일일 소득이 11위안(약 1800원)이 넘지 않는 사람은 정부에서 매달 500위안(약 8만원)의 보조금도 지급한다.
사기업들도 정부의 ‘탈빈곤’ 정책에 동원됐다. 지난 몇년 간 농촌 지역에 자리잡은 업체들 상당수가 고용 보조금을 받기 위해 인력 채용을 무리하게 늘렸다. 간쑤성의 한 의류⋅악세사리 공장에는 실제 수용 가능 인원보다 많은 170명이 근무하고 있는데, 공장이 이들을 고용하는 이유는 직원 한 명당 정부로부터 받는 연 3000위안(50만원)의 보조금 때문이다. 공장주는 “보조금이 끊기면 공장 문도 닫을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의 이러한 현금 살포는 즉각적인 ‘탈빈곤' 효과를 거뒀다. 중국에서 빈곤층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1인당 연소득 4000위안(66만원)’으로 국제 기준(연소득 218만원)에 비해 훨씬 낮은데다, 판정 주체가 실적 달성에 혈안이 된 지방 정부와 국무원이기 때문이다.
NYT는 “중국의 빈곤 문제는 일시적으로 완화된 것처럼 보일 뿐, 앞으로 더 큰 문제를 낳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지급한 공짜 가축이나 제로 금리 대출로 많은 농민들의 씀씀이가 커졌는데 이를 지속 가능하게 할 돈벌이 수단은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병원 치료를 받는 바람에 오히려 빚이 생겼다. 향후 수입이 줄어들면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일부 중국 현지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탈빈곤 목표 달성을 위해 투입한 예산은 어떤 식으로든 빈곤층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탈빈곤은 사실 여부를 떠나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인 업적으로 기록되는 분위기다. 2014년 중국 국무원이 지정한 중국 빈곤 지역 832곳은 지난해 구이저우성 즈윈현, 칭룽현 등 9개 현의 탈빈곤 선언을 마지막으로 모두 명목상 가난에서 벗어났다. 시 주석은 새해 연설에서도 중국의 탈빈곤을 역사적 업적으로 소개했다. 중국 현지 언론들은 “중국 농촌의 빈곤 인구 1억명이 시 주석 집권 8년 간 모두 가난에서 해방됐다”고 칭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