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포스트가 3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지아 주지사 간의 통화 파일을 공개했다./WP 캡처

퇴임을 목전에 두고 대선 결과 불복 입장을 이어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각) 조지아 주무장관과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단순하다. 내 1만 1780표를 찾아내라”고 요구했다. 조지아주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승리한 선거 결과를 뒤집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공화당 강세였던 조지아주는 지난 11월 대선에서 바이든이 1만 1779표(0.25%포인트) 차이로 트럼프를 앞섰다는 개표 결과를 발표했고, 지난달 20일 수작업 재검표를 통해 결과를 재차 확정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3일 트럼프 대통령과 브래드 라펜스퍼거 조지아 주무장관과의 한 시간 분량의 통화 파일을 단독 공개하고 “절박한 트럼프가 조지아 주무장관을 어르고 달래다 종국엔 협박까지 하면서 선거 결과 뒤집기를 강요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아주 풀턴카운티에서 불법적으로 수천장의 투표 용지가 폐기됐다고 주장하며 “그건 형사범죄이고, 그런 일이 벌어지게 둬선 안 됐다. 당신에게 큰 위험(risk)이 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조지아의 사람들은 모두 (선거 결과에) 분노하고 있고, 전국의 국민도 분노하고 있다”며 “당신이 다시 개표결과를 확인해봤다고 말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라펜스버거 주무장관은 “문제는 당신이 말하는 데이터가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트럼프의 요청을 거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내가 조지아에서 졌을리 없다”면서 “그럴리 없기 때문에 나는 수십 만 표차로 선거에서 이겼다”고 했다. 조지아에서 선거 조작이 일어났다는 전제를 깔고 대화를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통화 사실을 스스로 인증했다. 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어제 브래드 래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과 풀턴 카운티, 조지아 유권자 사기에 관해 얘기했다”며 “그는 은밀한 투표사기, 투표용지 폐기, 주 밖의 유권자, 사망자 유권자 등에 대한 질문에 답을 꺼리거나 대답할 수 없었다. 그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또 “조지아 공화당원들은 풀턴 카운티의 만연한 정치적 부패를 조심해야 한다”며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와 그의 꼭두각시 제프 던컨 부주지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더 소극적이었다. 그들은 위대한 조지아인들의 수치”라고 언급했다.

래펜스퍼거 주무장관은 즉각 자신의 트위터에서 트럼프 발언에 대해 비판하며 “트럼프 대통령님, 당신의 말은 거짓이고, 진실은 곧 밝혀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 결과에 대해 불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했다가 이번에 바이든이 승리한 조지아주의 결과를 집중적으로 문제 삼아왔다. 하지만 조지아주는 지난달 20일 수작업 재검표 끝에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섰다는 개표 결과를 공식 확정했다. 주 당국은 재검표 당시 전체 투표용지 약 500만장을 전부 수작업으로 점검했다.

WP는 “이번 통화는 트럼프가 선거에서 패한 주의 공화당 관료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 결과를 뒤집으려고 시도한 가장 최근 사례”라며 “장황하고, 때로는 앞뒤가 안 맞는 트럼프의 발언들은 그가 여전히 대선 결과를 되돌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