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마윈(馬雲·56)이 지배하는 앤트그룹의 소비자 데이터를 노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마윈이 80% 지분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앤트그룹은 10억명이 쓰는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 5억명이 이용하는 대출 서비스 등을 보유한 알리바바 산하 핀테크(금융 기술) 기업이다. 자체 신용점수 시스템을 갖추고, 독립적으로 고객 신용 데이터를 관리해왔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 규제당국은 앤트그룹이 축적한 방대한 소비자 신용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이를 강제하는 조치를 검토 중”이라며 “인민은행(중국 중앙은행)이 운영하는 범국가적 신용정보 시스템에 앤트그룹의 데이터 제공을 의무화하거나, 인민은행이 사실상 지배하는 신용등급 회사에 앤트그룹의 정보를 공유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은 마윈이 소비자 신용 데이터를 독점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최근 수년간 정부가 통제하는 국민 신용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지만, 마윈은 고객 데이터 공유에 비협조적이었다. WSJ에 따르면 수년 전 인민은행이 개인 신용정보회사를 만들었을 당시 앤트그룹과 텐센트 등 관련 기업들에게 고객 신용 데이터 공유를 요청했으나 앤트그룹이 이를 거부했다.
마윈은 창업 21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중국 당국이 반(反)독점과 금융 안정을 이유로 알리바바그룹을 조사하고 사업 재편까지 요구한 상황이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마윈 실종’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그가 공개 석상에 나온 것은 지난해 10월 23일 상하이에서 열린 ‘와이탄금융서밋’ 연설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중국 고위 당국자들 앞에서 “세상에 위험이 없는 혁신은 없다”며 보수적인 중국의 금융 감독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2일 앤트그룹 경영진과 함께 인민은행, 금융 감독 당국에 불려가 면담을 한 이후 공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