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자신의 충직한 ‘넘버 2′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대선 결과를 뒤집으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CNN이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6일 오후 1시(한국 시각 7일 오전 3시)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상원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펜스 부통령이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부정하길 바란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는 각 주(州)의 선거인단 투표 결과를 개표하고, 미 대선 결과를 확정하는 최종 절차다. 당선인이 취임식 전에 거치는 ‘통과의례'로 여겨져 왔지만, 트럼프는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여긴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부통령은 부정하게 선택된 선거인단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했다. 전날 조지아주 유세에서는 “펜스가 우리를 위해 해내길 바란다. 우리의 위대한 부통령이 해내길 바란다. 그는 대단한 사람”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 펜스 부통령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는데 이때 선거 뒤집기를 요구하는 ‘대면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CNN은 전했다.
CNN은 트럼프의 대선불복 행보에 거리를 둬온 펜스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선언하자니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공화당원들이 등을 돌릴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뒤집기에 협조하면 초유의 사태를 일으킬 수 있어 정치적 부담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는 어떤 선택을 해도 부정적 결과를 낳는 ‘루즈-루즈’(lose-lose) 상황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6일 상하원 합동 회의에서 선거 결과를 뒤집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이날 주별 선거인 투표 결과 발표에서 특정 주의 대선 결과가 뒤집히려면, 하원의원 한 명, 상원의원 한 명이 반대를 제기하고, 즉석 투표에서 상하원 모두 출석 과반수로 반대를 해야 한다.
그러나 새로 구성된 제117대 미 의회에서 하원은 민주당이 다수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지도부는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에게 투표 결과에 반대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사실상 상하원 투표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는 얘기다. 펜스도 2024 대선 도전을 노리고 있어 자신의 정치 인생에 오점이 될 수 있는 무리수를 두려 하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친(親)트럼프 성향이 강한 공화당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트럼프의 ‘대선 뒤집기'에 동조할 것으로 보인다. WP는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애리조나주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크루즈 의원은 애리조나를 지역구로 둔 같은 당의 앤디 빅스 하원의원과 함께 이의 제기에 나설 예정이다. 앞서 조시 하울리(미주리) 상원의원은 대표적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의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CNN은 하원의 경우 최소 140명의 공화당 의원이 인증에 반대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