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에 주로 서식하는 ‘호주갈색나무뱀’(Brown tree snake)이 수직 기둥을 올가미 형태로 기어올라가는 모습이 관측됐다. 기존에 뱀이 이동하는 형태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이다.
11일(현지 시각) 사이언스지 등에 따르면, 미 콜로라도주립대(CSU) 생물학 명예교수 줄리 새비지 박사 등이 참여한 연구팀은 호주갈색나무뱀에게서 확인한 ‘올가미 이동’을 뱀의 제5이동방식으로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호주갈색나무뱀은 1950년대 초 괌에 유입된 종이다. 숲에 서식하는 산새들을 주로 잡아먹는 이 뱀은 전봇대까지 기어올라 정전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외신에 따르면, 연구팀은 괌의 토종 산새인 미크로네시아 찌르레기 둥지 보호 방법을 찾다가, 우연히 이 뱀의 올가미 이동을 목격했다. 연구팀은 새 둥지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 뱀이나 너구리에게는 효과 있었던 길이 90cm의 연통형 장애물을 설치했지만, 호주갈색나무뱀에게는 소용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후 비디오 촬영본을 분석한 결과, 이 뱀이 몸으로 올가미 형태를 만들어 수직 장애물을 기어올라가는 것이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뱀이 수직 나뭇가지나 파이프를 기어오를 때는 몸의 측면을 두 곳 이상 구부려 ‘굽이(bend)’를 만들어 올라간다. 이러 식의 이동 방식으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네 종류가 있었다. 그러나 호주갈색나무뱀은 자신의 몸을 한 번 묶어 고리를 만드는 올가미 형태를 유지한 채 기둥을 올라가는 새로운 방식을 쓴 것이다.
연구팀은 뱀이 올가미 고리를 유지한 채로 작은 굽이들을 계속 만들고 이 굽이의 위치를 느린 속도로 바꾸면서 위로 기어오름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호주갈색나무뱀이 올가미 이동 과정에서 휴식을 몇 번 취해야 하기에 매우 느린 속도를 보였고, 가끔 미끄러져 내리기도 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뱀이 10피트(약 3m)를 움직이는데 약 2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논문 공동 저자인 신시내티 대학의 브루스 제인 교수는 “40년간 뱀의 이동방식을 연구했지만 완전히 새로운 이동방식을 발견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