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 오후(현지 시각) 취임행사의 일환으로 워싱턴DC 링컨 기념관에서 열린 코로나 희생자 추모식에서는 전문 가수가 아닌 현직 간호사도 공식 식순으로 복음성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이 간호사는 미시간주 리버니아에 있는 세인트 메리 머시 병원에서 일하는 로리 마리 키(29)다. 그는 앞서 유튜브 동영상으로 화제가 됐다. 간호복을 입은 그가 교대시간 동료들 앞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동영상이 작년 12월 유튜브 등을 통해 알려진 것이다. 디트로이스 뉴스에 따르면 이 동영상은 원래 4월 촬영된 것이다. 당시 병원에는 코로나 중증 환자들이 폭증하고 있었고 의료진들은 격무에 시달리며 극도로 지쳐있었다.
코로나 병동에 소속돼있던 키는 근무조 교대시간에 맞춰 동료들과 환자와 관련된 주의사항에 대해 인수 인계 중이었다. 그 때 한 동료 간호사의 요청으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벽에 기대선 채로 즉석에서 불렀다. 노래가 끝났을 때 동료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고 눈가에는 눈물이 맺혀있었다. 키는 “나는 평소에 좋은 날이든 나쁜 날이든 일하면서 노래를 부르는데 그날은 나쁜 날이었다”며 “그러나 그 때 부른 노래로 동료들이 힘을 얻게 돼 뿌듯했다”고 말했다.
키는 전문 가수는 아니지만, 어린 시절 교회에 참석해 음악과 친숙하고, 어머니가 성가를 부를 때 오르간을 반주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서 키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소개로 마이크를 잡고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부부,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 부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병동에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다시 불렀다. 키는 “코로나 전담 간호사로 일하는 것은 가슴이 찢어지는 일”이라며 “그러나 일할 때 노래를 부르면 힘이 나고 치유가 된다”고 했다.
이날 추모식은 40만명에 달하는 미국 코로나 사망자를 기리는 의미에서 링컨 기념관 주변에 400개의 조명을 밝힌 가운데 진행됐다. 지난해 첫 미국 출신 흑인 추기경으로 임명된 윌튼 그레고리 워싱턴DC 대주교가 추모 기도를 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때론 기억하기 힘든 것이 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가 치유하는 방식이다. 국가차원에서 추모는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동쪽 끝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과 서쪽 끝 시애틀의 스페이스 니들 타워 등 미국의 주요 고층건물들도 추모식에 맞춰 추모 조명을 내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