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대표하는 ‘HOOLYWOOD’ 간판 철자가 ‘HOOLYBOOB’로 바뀐 모습. /트위터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명물인 ‘할리우드'(HOOLYWOOD) 간판 철자를 ‘HOOLYBOOB’으로 바꾼 성인 잡지 운영자와 일당 등 6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BOOB’은 여성의 가슴을 뜻하는 비속어다.

2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LA타임스 등에 따르면 미국 LA 할리우드 지역을 관할하는 현지 경찰은 지난달 31일 오후 1시 15분쯤 간판 ‘HOOLYWOOD’를 변경·훼손한 남성 5명, 여성 1명 등 총 6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철자 ‘W’ ‘D’를 모두 ‘B’로 바꾼 것이다. 바뀐 기호는 1시간가량 걸려 있었다.

성인 온라인 잡지사 샥맥(ShagMag)을 운영 중인 줄리아 로즈가 할리우드를 상징하는 간판 기호인 'HOOLYWOOD'를 변경·훼손한 'HOOLYBOOB'을 배경으로 욕설을 의미하는 포즈를 취한 뒤 사진을 찍고 있다. /트위터

현지 경찰에 따르면, 범행을 주도한 건 성인 온라인 잡지사 샥맥(ShagMag)을 운영 중인 줄리아 로즈(27)다. 로즈는 유방암 인식 개선을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NYT가 전했다.

반면 뉴욕포스트는 로즈가 과도한 노출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계정을 정지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향해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즈는 지난 2019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경기에서 관중석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상의를 들어올려 가슴을 노출해 평생 MLB 관람 금지 조치를 당하기도 했다.

이들은 차고에서 90kg짜리 파란색 방수포 2개를 흰색 페인트 스프레이 20통으로 색칠하는 등 수백 시간 동안 범행을 준비했다고 한다. 마운트 리(해발 521m)의 정상 부근에 자리한 표지판의 9개 알파벳은 14m 높이의 큰 조형물로 이뤄져 있다. 이 표지판은 최초 1923년 광고물로 설치됐다.

/TMZ

로즈 등은 지난해 10월 두 차례 범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이번 3차 시도에서 성공했다. 이들 6명은 무단침입 혐의로 기소돼 오는 6월 법원에 출석할 예정이다. 공범 중 한 명인 전직 서퍼 선수 잭 테니는 “사람들은 그저 재미있고 무해한 장난쯤으로 여긴다”고 말했다.

이들의 범행 과정은 인근 방범카메라(CCTV)에 실시간으로 찍혔다. 경찰 헬리콥터가 즉각 현장에 출동했고 이들 일당이 인근 멀홀랜드 고속도로 쪽을 향해 언덕 아래로 이동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어 다른 경찰관들과 공원 관리인이 출동해 그들을 체포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치과의사 스티브 알퍼는 “점심을 먹기 위해 나왔다가 할리우드 기호가 할리붑(HOOLYBOOB)으로 바뀐 걸 알아챘다”며 “그냥 장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기호는 지난 2017년 1월 1일 지역 예술가 재커리 콜 페르난데스(34)에 의해 ‘할리위드'(HOOLYWEED)로 변경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잡초라는 뜻을 가진 WEED는 대마초를 의미하는 속어로도 쓰인다. 페르난데스는 당시 언론 인터뷰에서 “장난 친 게 아니라 설치 예술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