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올 3분기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미 경제 방송 CNBC가 2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베이조스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혔다. 베이조스의 후임은 ‘베이조스의 그림자'로 불려온 앤디 재시(Andy Jassy) 아마존웹서비스(AWS) CEO다. 베이조스는 향후 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직을 수행할 예정이다.
베이조스는 “아마존이 현재 가장 혁신적인 시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놀라운 혁신이 일어난 이후 수년이 흐르면 새로운 것이 평범해진다”며 “이때 사람들이 (안정감을 느껴) 하품을 하는 것이 혁신가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의 재무 성과 또한 오랜 기간 누적된 혁신의 결과물”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베이조스는 지난 30년 동안 아마존을 경영하며 인터넷 도서 판매 업체를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로 키웠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사태 속에서 전자상거래 시장이 팽창하자 아마존을 이끌고 제 2의 도약을 이뤘다. 이날 발표한 지난해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늘어난 1256억달러(약 140조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7% 늘어난 69억달러(약 7조 7000억원)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3861억달러(약 431조원), 영업이익은 229억달러(약 25조 5000억원)이다.
CNBC에 따르면, 베이조스는 아마존 CEO직에서 물러난 이후 전자상거래가 아닌 다른 신규 사업 영역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이날 서한에서 “나는 의장직을 맡아 신제품을 비롯해 초기 단계의 이니셔티브에 집중하려고 한다”면서 “베이조스어스펀드, 워싱턴포스트, 아마존데이원펀드 등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했다. ‘베조스어스펀드’는 지난해 그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조성한 100억 달러(약 11조 원) 규모의 기금이고, 워싱턴포스트는 아마존이 2013년 인수한 미국 매체다. ‘데이원펀드'는 2018년 노숙자 지원과 저소득층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펀드다. CNBC는 베이조스가 2000년 사재를 들여 설립한 우주탐사기업 `블루 오리진`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으로 예측했다.
차기 CEO에 낙점된 앤디 재시(53)는 베이조스의 참모 출신이다. 하버드대 학부, 하버드 MBA를 졸업한 그는 1997년 아마존에 합류해 2003년 아마존의 ‘캐시카우'인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업을 구상했고, 2016년 AWS CEO로 승진했다. AWS는 대형 서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여주고, 각 업체가 원하는 맞춤형 분석 데이터를 공급하는 클라우드 업체다. 일찍 사업을 시작한 덕에 업계에서 독보적인 선두 지위를 갖고 있다.
재시는 신사업을 비약적으로 성장시킨 공로로 2016년 베이조스보다 20배 많은 연봉(약 430억원)을 받아 유명해지기도 했다. 재시의 성공 배경에는 베이조스의 참모로 활동한 덕분에 베이조스의 경영 철학과 사업 방식, 아마존의 전체 사업 구조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이 꼽힌다.
베이조스는 이날 서한에서 “제시는 회사에서도 잘 알려진 인물로, 나는 그가 뛰어난 리더가 될 것이라는 데 확신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