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방콕에서 지난 2일 미얀마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의 조속한 억류 해제를 요구하는 시위대의 일원이 수지 고문의 사진이 담긴 액자를 들고 있다./EPA 연합뉴스

미 국무부가 2일(현지 시각) 미얀마 군부의 정권 장악을 ‘쿠데타'라고 공식 규정하고, 대외 원조와 제재 압박을 시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전날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의 권력 포기와 구금자 석방을 촉구한 데 이어 돈줄을 틀어쥐며 미얀마 사태 압박에 나선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 국무부는 미얀마 사태가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미국 법에 따라 쿠데타로 규정되면 해당국에 대한 미국의 원조는 자동적으로 제한된다. 국무부에 따르면, 미국은 2012년 이후 민주주의 전환 지원 등을 위해 미얀마에 약 15억 달러(1조 7000억원)를 제공해왔다.

미 국무부 고위당국자는 로이터에 “미얀마 군부 지도자는 물론 그들과 연관된 기업들에 대한 제재도 검토할 것“이라며 “미국이 미얀마 원조를 재검토하지만 로힝야족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유지된다”고 했다. 또 “쿠데타를 조직한 상당수 관료가 과거 미얀마 내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잔혹 행위에 관여해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상태”라고 부연 설명했다.

미 정치권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 행정부를 초당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이다.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대화를 나눴다고 한 뒤 제재가 정당하다고 밝혔다. 또 “이것은 군사 쿠데타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며 “유엔의 조처를 포함해 미국이 군부에 가장 강력한 제재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한 1일 군이 수도 네피도의 국회 의사당으로 가는 길목에 바리케이드를 쌓고 장갑차와 트럭 앞에서 경계를 서고 있다. 미얀마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부 고위 인사들을 구금한 군부는 이날 새벽 TV를 통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총리 격)과 원 민 대통령 등 집권 여당인 민주주의민족연맹(NLD) 측 인사들을 체포하고 1년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국가 권력은 민 아웅 흘라잉 군 총사령관이 차지했다. 군부 쿠데타는 미얀마 민주화 10년 만에 발생한 것으로, 그동안 미얀마를 민주화 세력권에 두고 중국 견제선으로 삼으려 했던 미국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다만, 미 국방부는 미얀마 사태에 군사적으로 개입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2일 브리핑에서 “우리는 현재 진행되는 (미얀마) 상황에 대해 군사적 해법이나 조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