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탈모 환자는 10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많다. 탈모의 원인은 호르몬·면역체계 이상, 영양결핍 등 다양하므로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 /신지호 기자

널리 쓰이는 탈모 치료제 프로페시아가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제조사가 알면서도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 통신은 3일(현지 시각) 프로페시아의 부작용과 관련해 뉴욕 브루클린연방법원에 제기된 소송 자료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로이터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 따르면 프로페시아 제조사인 MSD(머크앤컴퍼니)는 최소 2009년부터 약 복용 후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다는 보고를 200건 이상 접수했다. 그러나 MSD는 심각한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보고 사례가 너무 적고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후속 조처를 하지 않았다.

특히 MSD는 프로페시아의 부작용과 관련한 경고 문구에 극단적 선택과 관련한 내용을 추가하지 않도록 미 식품의약국(FDA)을 설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FDA는 2011년 프로페시아나 복제약을 먹은 뒤 100명 이상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보고를 접수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비율이 자연발생적인 비율보다 적다’는 MSD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페시아에서 문제가 되는 성분은 피나스테라이드다. 이 성분은 남성 탈모의 원인인 DHT(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라는 호르몬 분비를 억제해 탈모를 막는데, 최근 의학계에선 피나스테리드 복용이 우울증과 극단적 선택을 유발할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소비자 보호단체들은 MSD가 매출을 높이기 위해 부작용에 대한 경고를 숨겼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MSD는 성명을 통해 “프로페시아와 극단적 선택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앞서 유럽과 캐나다의 보건 당국은 피나스테리드를 이용한 탈모치료제에 ‘극단적 선택에 대한 충동을 부를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 문구를 삽입하도록 지시했다.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7년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탈모 치료제의 허가사항에 투여 후 우울증·극단적 선택 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경고를 신설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