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도심항공운송수단(UAM·Urban Air Mobility) 기술 기업 이항(Ehang)의 주가가 기술조작, 위장 계약 등으로 부풀려졌다는 내용의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60% 이상 폭락했다.
16일(현지 시각)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이항은 전날보다 주당 77.79달러(62.69%) 떨어진 46.3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항은 지난 12일 증시에서 장중 129.5달러로 최고가를 찍는 등 올해 들어 487.8% 급등했다. 그러나 이날 공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주가가 폭락, 하루만에 시가총액 25억달러(약 2조7400억원)가 증발했다.
이항은 사람 또는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대형 드론을 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1월에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개최한 ‘K-드론관제시스템’ 비행 실증 행사에 이항의 2인승급 기체(EH216)가 참가해 쌀가마를 싣고 약 7분 동안 여의도와 한강 상공 등을 시범비행하기도 했다. 당시 서울시는 이항의 드론택시를 구매하는 데 4억원을 썼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정보 업체 울프팩리서치는 이날 리포트를 내고 이항의 주요 계약이 가짜라고 지적했다. 우선 이항과 계약을 맺은 중국 쿤샹(Kunxiang)이라는 업체가 이항과 계약을 맺기 9일 전에 급조된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울프팩리서치는 쿤샹의 사무실뿐 아니라 현장 사진, 통화 녹취, 현장 방문 영상 등 광범위하게 사기 정황 증거를 수집했다고 밝혔다.
리포트에 따르면 쿤샹의 웹사이트에 적힌 주소는 쿤샹과 관련없는 호텔로 돼있는 등 3개 중의 2개가 가짜였다. 나머지 한 곳조차도 평일 방문 당시 직원 한 명만이 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고 전했다.
울프팩리서치는 기업탐방 과정에서도 이항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중국 광저우 이항 본사에도 찾아갔으나 드론 공장에서 일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생산 라인, 기계, 원자재 재고와 설비 등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제조 공정과 설계에 사용되는 기술이 가득한 곳에 경비원 한 명이 건물을 지키는 등 최소한의 보안시스템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또한 리포트에 따르면 이항은 영어와 중국어 버전의 서로 다른 보도자료에서 규제 승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내용이 다른 주장을 해왔다. 결론적으로 미국, 캐나다, 유럽의 규제당국에 의한 상업적 승인에 대해 허위 주장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이 이항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는 점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전날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이항 주식을 5억4948억달러(6051억원)어치 매수했다. 한국인이 보유한 미국 주식 가운데 9번째로 많고, 이항의 유통 주식 중 절반 이상을 한국인이 보유할 정도로 이 종목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이 남달랐다. 이 때문에 이항이 사기 의혹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국내 투자자들의 큰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