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14일 미얀마 군경(軍警)이 시위대에게 실탄 사격을 가해 최소 38명이 숨졌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군경의 유혈진압에 따른 누적 사망자가 120명을 넘어섰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4일 하루 미얀마에서 시위 참가자 중 최소 38명이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는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와 ‘미얀마 최악의 날’이라 불렸던 지난 3일과 동일한 기록이다. 이날 사망자 38명 중 22명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 외곽 산업지대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AAPP는 성명을 통해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지금까지 총 126명이 군경의 ‘폭력적이고 자의적인 탄압’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며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13일까지 215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AAPP는 덧붙였다.
14일 양곤을 비롯해 수도 네피도, 제2의 도시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를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군경의 진압에 맞서 모래주머니와 철조망으로 바리게이드를 만들어 시위를 벌였지만,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실탄과 최루탄을 발포했다.
알자지라방송에 따르면,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온 흘라잉타야에서 군트럭이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목격됐고 종일 집에 숨어있던 주민들도 총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한 의사는 AFP통신에 이날 부상자 50여명을 치료했다고 전했다.
국영방송 MRTV는 양곤 인근 바고에서 시위대와 대치하다 경찰관 1명이 흉부 부상을 입고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군부 쿠데타 이후 시위에서 사망한 것으로 보고된 두번째 경찰관이다. 미얀마 군사정부는 이날 오후 흘라잉타야 등 인구 밀집지역 2곳에 계엄령을 선포하기도 했다. 국영TV 아나운서는 계엄령 선포 소식을 전하며 “군 정부는 양곤 지역 사령관에서 행정·사법적 계엄 권한을 부여해 치안 수행 등을 보다 효과적으로 유지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이날 성명을 내고 “지역 행위자들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미얀마 국민과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군부가 축출한 사사 연방의회 유엔특사는 “가해자, 공격자, 국민의 적, 악마 같은 국가행정위원회(SAC)는 미얀마인이 흘린 모든 핏방울에 대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흘라잉타야의 피복공장들에서 괴한들의 공격으로 많은 중국인 직원이 다쳤고 중국이 투자한 공장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경위는 밝히지 않았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대사관은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할 더욱 효과적인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얀마 당국이 중국 기업 및 인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그동안 미얀마 사태를 미얀마 내정 문제라고 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