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19일(현지 시각) 공동 발표문 없이 종료됐다. 18~19일 열린 이번 미·중 고위급 회담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뒤 처음으로 열린 양국 간의 대면 회담이었다. 양측이 회담 초반 냉랭한 분위기를 보인 점, 뚜렷한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난 점 등은 향후 순탄치 못할 양국 관계를 예고하는 대목으로 보인다. 다만 북한과 이란 등 협력이 필요한 의제에서는 교감을 나눴다는 입장을 보여 향후 추가 논의 가능성을 남겼다.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이틀간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이번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중국 측에서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과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회담 첫날 언론에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양측은 거친 설전을 벌였다. 당초 모두발언은 2분씩으로 약속돼 있었지만, 시작부터 난타전이 벌어져 1시간 넘게 계속됐다. 그러나 한 미 고위 당국자는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회담장을 떠나자마자 양측 대표단은 즉시 일에 착수했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A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과 광범위한 이슈에서 힘들고 단도직입적인 협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우리의 우선순위와 의도를 제시하고 중국 측의 우선순위와 의도를 들을 기회를 가졌다”며 “앞으로 있을 정상적 외교 채널에서 중국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신장과 홍콩, 티베트, 대만, 사이버 공간 등 미·중이 상충하는 영역에 대해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은 방어적인 반응을 내놨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우리는 광범위한 어젠다에 대해 많은 시간 동안 매우 솔직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고 평했다.
양제츠 정치국원은 회담 후 “솔직하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대화를 나눴다”면서도 “그러나 물론 여전히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양측은 갈등 없는 정책으로 건강하고 안정적인 궤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왕이 외교부장은 “주권은 원칙의 문제로, 이를 방어하려는 중국의 의지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미국 측에 분명히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 문제가 회담 테이블에 오른 것은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블링컨 장관은 미중 양측이 북한과 이란, 아프가니스탄, 기후변화에 교차하는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정상적인 외교 과정에서 양측이 함께 일할 분야가 있는지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 분야에 북한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AP통신은 미·중 양측이 서로와 세계에 대한 매우 다른 견해를 날카롭게 주고받은 뒤, 이틀간의 논쟁적인 회담을 마무리했다고 전했고,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강경한 자세를 취했고 중국은 미국에 타협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라고 경고했다면서, 두 경제대국 간 긴장의 깊이를 그대로 보여준 회담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