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인근 도시인 에반스톤이 과거 인종차별 정책으로 피해를 본 흑인들에게 1인당 2만5000달러(약 2800만원)를 배상하기로 했다. 미국 지자체에서 인종차별에 대해 일괄적 금전 배상을 하는 첫 사례라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NBC 방송에 따르면 에반스톤 시의회는 22일(현지 시각) ‘흑인 차별 피해 배상금 지급 계획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 반대 1로 통과시켰다. 계획안에 따르면 1000만달러(약 115억원) 규모의 배상 기금 중 1차분 40만달러(약 4억5000만원)를 16명에게 2만5000달러(약 2800만원)씩 우선 지급한다. 배상 대상은 1969년 이전부터 에반스톤에 거주한 흑인 또는 1919년부터 1969년 사이 거주했던 흑인의 후손이다. 에반스톤의 전체 인구는 약 7만5000명이고, 이 중 16%가 흑인이다.

배상금의 용처는 명확히 정해뒀다. 주택 담보 대출금 상환이나 집수리 등 주택과 관련해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번 배상은 과거 차별적인 주택 정책과 은행 대출 관행으로 불이익을 당한 흑인들의 피해를 보전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학자 모리스 로빈슨은 “과거 흑인들이 에반스톤의 서부 지역 밖에 집을 사려고 하면 은행들이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고 했다.

2019년 흑인 차별 피해배상금 지급 계획안을 발의한 로빈 루 사이먼스 시의원은 표결 결과가 나온 후 “에반스톤이 미국 내 인종적 정의 실현과 불평등 개선을 주도하는 지자체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