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오전 10시쯤 미얀마 북부 카친주의 모마욱 마을 상공. 지상 공격을 하던 미얀마 군부의 무장 헬기 한 대가 흰 연기를 내뿜으며 농장으로 추락했다. 헬기를 격추시킨 세력은 미얀마 카친 독립군. 카친주에 기반을 둔 소수민족 ‘카친족(族)’의 무장단체다.
이 단체는 이날 미얀마 군부가 공습에 나서자 대대적인 반격에 돌입, 집중 사격으로 헬기 격추에 성공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공습에 나선 미얀마군 헬기가 격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한 군사 전문가는 “미얀마 정부군은 지상 전투에서는 카친 독립군을 이길 수 없어 공습을 실시해 왔다”며 “(이번) 헬기 격추를 계기로 (정부군이) 비행 고도를 높이다 보면 (지상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얀마 사태가 본격적인 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군부가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쿠데타 발생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민주화 세력의 저항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민주화 세력은 지난달 16일 국민통합 정부를 구성한 데 이어 지난 5일에는 자체 군사 조직인 시민방위군을 창설했다. 국민통합 정부는 미얀마 전역의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손잡고 ‘군부와의 전쟁’을 공식 선언했다. 일부 시민은 미얀마 북부와 남부 국경 지대에 있는 무장단체들을 찾아가 군사훈련을 받고 있다. 미 CNN은 한 군사훈련 장소를 소개하며 “이곳에서만 200여 명이 훈련을 받고 있다”며 “이런 곳이 접경 지역 곳곳에 있다”고 말했다.
저항군의 게릴라전이 위력을 발휘하면서 정부군의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미얀마 북동부 지역에 있는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타앙민족해방군(TNLA)은 지난 4일부터 이틀 동안 샨주의 쿳카이 지역에서 정부군 99경보병사단 및 45보병대대 병력과 교전을 벌여 미얀마군 20여 명을 사살했다. 남부 지역에 있는 카렌민족해방군(KNLA)도 지난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카렌주와 바고 지역에서 정부군과 407차례 전투를 벌였다. 이 전투에서 정부군 194명이 죽고, 220명이 부상했다.
정부군에선 내부 균열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현지 매체는 미얀마 육군과 공군에서 탈영이 잇따르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공군에서만 장교를 포함해 80여 명이 부대를 이탈했다. 육군에서도 이미 수백 명이 탈영해 저항 세력에 합류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방위군 사관학교 출신으로 최근 저항 세력에 합류한 린 텟 아웅 대위는 “공군 장병의 탈영은 주로 양곤과 만달레이 등의 공군 기지와 항공통신 부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군부 공군의 여러 기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탈영 장병 중 장교는 10여 명인데 가장 높은 계급은 대위”라며 “이들은 대부분 반군부 저항 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수록 정부군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태국 접경 지대인 꼬따웅 지역에서 탈영한 찬 먀 투 육군 중위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 인터뷰에서 “현재 군부 장병의 80% 정도가 복무에 만족하지 않는 것 같다”며 “미래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더 많은 군인이 이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 사태가 내전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인명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국제사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쿠데타 발생 이후 지금까지 군부의 폭력 진압에 의한 민간인 희생자는 772명에 달한다. 하지만 군부는 이 정도의 인명 피해에 대해선 눈도 깜짝 않고 있다. 지난 1988년 일어났던 ‘8888 민주화 항쟁’ 땐 사망자가 3000여 명에 달했다. 5일 A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순회 의장을 맡은 장쥔(張軍) 유엔 주재 중국 대사는 언론 브리핑에서 미얀마 사태를 언급하며 “그곳에서 최근 긴장이 점점 더 고조되고 있으며 양측의 무력 충돌이 격화되면 많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