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에 참전했던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미 육군 대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21일(현지 시각)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백악관에서 94세의 6·25전쟁 영웅에게 미군 최고 등급 훈장인 명예 훈장(medal of honor)을 수여할 예정이라고 백악관이 19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명예 훈장을 수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외국 정상이 미군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것도 처음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 주는 명예 훈장을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 용사에게 수여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강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6·25전쟁에서 눈에 띄는 용맹함을 보인 랠프 퍼킷 주니어 예비역 미 육군 대령에게 양국 정상이 함께 명예 훈장을 수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해외 정상이 명예 훈장 수여식에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우리(정부)도 매우 기대가 크다”며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백악관은 이날 A4 용지 3장 분량의 보도 자료를 통해 퍼킷 대령의 이력에 대해 설명했다. 백악관은 “퍼킷 대령(당시 중위)은 1950년 미 육군 소규모 특수부대인 제8레인저중대를 이끌면서 용맹함과 대담함으로 명성을 떨쳤다”고 했다.

1950년 11월 25일 낮 퍼킷 중위는 청천강 일대 205고지에서 전진하다 중공군의 박격포 및 기관총 기습을 받았다. 당시 23세였던 그는 적의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근처 탱크에 올라갔다. 51명의 부대원들이 적의 위치를 파악해 반격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였다. 백악관은 “그는 부대원들이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세 번이나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켰다”고 했다. 결국 수백명의 중공군 공격을 물리칠 수 있었다.

바이든, 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중 휘파람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 시각) 코네티컷주 뉴런던의 해안경비사관학교 졸업식에서 손가락을 입에 집어넣어 휘파람을 불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중국, 러시아와 같은 나라들의 파괴적 행동으로 인해 항행의 자유와 같은 기본적 해양 원칙이 도전받고 있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그날 밤 중공군이 또 공격해왔을 때 퍼킷 중위는 수류탄 파편이 왼쪽 허벅지에 박히는 부상을 입었다. 그러나 그는 구조를 거부하고 전투를 지휘했다. 중공군의 추가 공격이 두 차례 이어졌지만 퍼킷 중위와 중대 대원들은 이들을 악착같이 막아냈다. 중공군의 인해전술 공격이 네다섯 차례까지 이어지자 이들의 탄약이 바닥났다. 그는 왼쪽 어깨도 심하게 다쳤지만, 대원들에게 “총검을 설치하고 공격에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그다음 날 새벽 중공군의 여섯 번째 공격에서 박격포 포탄이 퍼킷 중위 참호에 떨어지면서 그는 오른쪽 발을 심하게 다쳤다. 위생병이 오른발을 절단해야 한다고 할 정도였다. 그는 “나를 내버려두고 대피하라”고 명령했지만, 부대원들은 명령을 거부하고 그를 참호에서 구해냈다. 백악관은 “그의 리더십은 레인저스 부대에 동기를 부여했고 끝내 대대급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며 “퍼킷 대령의 임무를 넘어서는 영웅적인 행동과 이타심은 군 복무의 가장 숭고한 전통과 맞닿아 있다”고 했다.

1926년생인 퍼킷 대령은 1943년 이등병으로 입대했다가 2년 뒤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제대하고, 1945년 육사에 입학했다. 이후 1948년 6월 소위로 임관했다. 6·25 전투에는 1950년 8월 26일부터 11월 26일까지 참전했다. 그는 1967년 7월부터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약 1년간 101공수부대에서 활약했고, 1971년 전역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그는 1992년에는 육군 레인저 부대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조지아 콜럼버스에 거주 중인 퍼킷 대령은 지난달 30일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명예 훈장을 받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