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장관을 두 차례 지냈고 미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던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29일(현지 시각) 사망했다고 그의 가족들이 30일 밝혔다. 향년 88세.

도널드 럼즈펠드 전 미 국방장관/AFP 연합뉴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럼즈펠드 전 장관 가족은 럼즈펠드 전 장관이 전날 뉴멕시코주 타오스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숨을 거뒀다고 이날 밝혔다. 사인은 다발성 골수종이었다.

그는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시절인 1975년부터 1977년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01년부터 2006년까지 두 차례 미국의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미국은 럼즈펠드 전 장관이 국방장관으로 재임 중이던 2003년 이라크를 침공해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제거했었다.

그는 ‘강성 매파'로 유명했다.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할 만큼 강경파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포드 대통령 당시 최연소 국방장관을 지낸 럼즈펠트는 당시 온건파인 헨리 키신저 국무장관을 몰아붙일 정도였다고 한다.

그러나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실패로 돌아갔고, 이후 2006년 11월 중간선거에서 완패하자 럼즈펠드 전 장관의 경질을 발표했다. 후임은 로버트 게이츠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교체했다.

NYT는 럼즈펠드 전 장관이 2011년 회고록에서 “후세인 전 대통령의 잔혹한 정권 지역을 장악함으로써 보다 안정적이고 안전한 세상이 만들어졌다”고 썼다며 그가 이라크 전쟁을 후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그는 2003년 11월 노무현 정권 출범 첫 해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참석 차 방한해, 이라크 파병 문제 및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 등을 논의했었다. 특히 용산 기지와 관련해 미국 측은 ‘기지 내 미 대사관 숙소 및 부대시설을 반환할 수 없고, 잔류 부대 부지로 28만평을 달라’고 요구했었고, 우리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방한 기간 평통사 등 좌파단체들이 반대 시위를 벌여 그는 숙소와 회의 장소 등을 헬기를 타고 오갔다. 이후 미 정부는 용산미군기지 이전, 주한미군 규모 재조정 등의 결정을 내렸다. 그는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용산기지 이전 결정에 대해 “미국의 일방적 결정이 아니며, 한국에 좋은 정책”이라고 했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럼스펠드 전 장관은 지적이고 진실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이었다”며 “그는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 주저하는 법이 없었으며 책임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고 했다. 또 “우리는 모범적인 공무원이자 매우 좋은 사람이었던 그를 애도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