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의 ‘대통령 피살’ 사건과 관련해 검거된 용의자들 상당수가 콜롬비아 출신 전직 군인이라는 점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암살 용의자 28명 중 콜롬비아인은 26명에 달한다. 아이티 경찰은 이들 상당수가 누군가가 고용한 ‘용병’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콜롬비아와 아이티는 카리브해를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남미 국가라는 것 외에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왜 콜롬비아 출신들이 이번 사건에 대거 연루됐나.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 시각) 군 관계자 및 전문가들을 인용해 “용병을 고용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콜롬비아(출신 군인)는 인기 있는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60년 가까이 반군(叛軍)과의 내전을 겪어온 콜롬비아엔 대(對)테러 및 반군 진압 등 특수 훈련을 받은 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고도로 훈련된 엘리트 부대 소속 직업군인들도 40대 초반에 은퇴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은 연금도 거의 받지 못해 이라크, 예멘, 두바이 등의 민간 군사 기업에 다시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콜롬비아는 한국처럼 징병제 국가다. 최근 콜롬비아 당국은 26명의 콜롬비아인 중 최소 17명이 2018∼2020년 전역한 군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들은 자신들의 혐의를 인정하나.
일간 마이애미헤럴드에 따르면 콜롬비아 출신 용병들이 자신들의 임무는 대통령을 살해하는 것이 아니라 경호를 하는 것이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들 중 일부는 “판사가 발부한 체포 영장으로 대통령을 체포해 대통령궁으로 데려가라고 지시받았다”고도 했다. 경찰은 진술의 신빙성을 조사하고 있다.
-대통령 암살의 배후 및 동기는 여전히 미궁인가.
레옹 샤를 아이티 경찰청장은 11일 미 플로리다주에 사는 아이티 국적의 의사 크리스티앙 에마뉘엘 사농(63)을 검거한 사실을 밝히고 “그가 이번 암살을 배후에서 기획한 인물 중 한 명”이라고 했다. 용의자들이 도주 과정에서 가장 먼저 연락한 사람이 그였다는 것이다. 경찰은 사농이 대통령을 암살한 뒤 자신이 그 자리에 오르려고 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마이애미헤럴드는 사농이 20년 이상 플로리다에 거주했다며, 2013년에는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기록도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