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밀리 미(美) 합참의장이 작년 대선 전후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과 전쟁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중국 측에 두 차례 비밀 전화를 하고 “공격할 경우 알려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현지 보도가 14일(현지 시각) 나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폭주해 위험한 군사 공격을 지시하거나 핵무기를 발사할지 모른다고 우려해 이 같은 대응에 나섰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 밥 우드워드와 로버트 코스타 기자가 조만간 발간할 저서 ‘위기’(Peril)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은 작년 10월 30일 리줘청 중국 합참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11월 3일 미국 대선을 나흘 앞둔 시점이었다.
밀리 의장은 중국이 ‘미국은 중국 공격을 준비 중’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정보를 습득한 뒤 통화를 걸었다고 한다. 당시 미중은 남중국해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던 때였다.
밀리 의장은 통화에서 “미 정부는 안정적이고 모든 것이 괜찮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당신(중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공격할 경우 미리 알려주겠다”라고도 말했다고 한다. 통상 미중 관계에선 상상하기 힘든 발언이다.
두 번째 통화는 대선 후인 지난 1월 8일에 이뤄졌다고 한다. 대선 패배에 불복한 트럼프 지지층이 지난 1월 6일 의사당 난동 사태를 벌인 직후였다. 밀리 의장은 통화에서 “우리는 100% 안정적이다. 민주주의는 가끔 엉성할 수 있다”고 했지만, 리 의장의 긴장은 쉽게 누그러들지 않았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밀리 의장은 트럼프의 멘털이 (대통령) 선거 뒤 심각하게 약화한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트럼프가 지금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어서 관리들에게 소리 지르고, 끝없는 선거 음모론에 관한 스스로의 대체 현실을 만들고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밀리 의장은 트럼프가 “제멋대로 굴 수 있다(go rogue)”는 점을 우려했다고 WP는 보도했다.
밀리 의장은 같은 날 인도태평양 사령부로 연락해 군사 훈련 연기를 권고했고, 실제로 훈련이 연기됐다. 또 고위 간부 회의를 소집해 핵무기 발사 절차를 검토하면서 대통령이 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이 과정엔 자신도 포함돼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밀리는 국방부 전쟁상황실인 국가군사지휘본부(NMCC)를 맡고 있는 선임 장교들에게 자신이 연관돼 있지 않는 이상 그 누구로부터도 명령을 따르지 말라고도 지시했다고 한다.
이번 신간은 직접 당사자 200여명을 인터뷰하고, 관련 서류, 회의록 등 여러 기록을 토대로 작성한 책으로 트럼프의 퇴임 직전 미 행정부 내에서 얼마나 무서운 일들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고 CNN은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