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았건, 죽었건 단 한 명도 적진에 남겨 놓지 않는다.”
미군이 20년간 계속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단 한 명의 실종자도 남기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 역사상 가장 긴 전쟁이었고, 2450명 이상이 전사했지만 실종 병사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미군 유해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 또한 단 한 건도 없었다. 역대 미국 전쟁사에서 실종자가 발생하지 않은 전쟁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2차 대전 때는 약 7만9000명의 미군이 실종됐다. 6·25 전쟁에서도 8000여 명이, 베트남전에선 2500여 명이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실종병으로 처리됐다. NYT는 “이전 전쟁에서 군인 수천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그들의 가족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 없는 채로 남겨졌던 상황을 생각하면 놀라운 변화”라고 했다.
모든 참전 군인의 생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아프간전이 이전 전쟁보다 전투의 치열함이 줄었고, 베트남전 등과 달리 탁 트인 곳에서 싸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DNA 분석 기술의 발달로 유해의 신원 파악도 쉬워졌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떤 경우에도 부상자와 전사자를 모두 집으로 데려온다는 문화가 철저하게 정착된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NYT는 “실종자가 발생하지 않은 가장 주요한 원인은 미군 내 문화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죽었든 살았든 미군이라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적진에 한 명도 남겨놓지 않고 데려온다는 방침이 군 내부의 가장 주요한 우선순위가 됐다”고 했다.
심지어는 탈영병도 기필코 데려왔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육군 소속 보 버그댈 이병이 아프간 미군 기지에서 탈영한 뒤 탈레반에 생포됐다. 군 내부에 ‘위험 부담이 너무 큰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군 수뇌부는 구출 작전을 지시했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했고, 미 최정예 특수부대인 네이비 실 소속 특수 부대원이 크게 다쳐 전역하기도 했다. 이후 2014년 미군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이던 탈레반 간부와 포로 교환 형식으로 결국 버그댈 이병을 데려왔다.
‘한 명도 적진에 남겨 놓지 않는다(No one left behind)’는 문구는 미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 베레의 신조다. 베트남전 이후 미국에서 징병제가 끝나고 직업으로서의 전문 군인들이 군대를 채우면서 이 같은 신조가 군 전체로 확산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