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각국 정부와 기업계 지도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₂)를 시간당 2톤씩 뿜어내는 400여 대의 전용기로 도착하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2일 보도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9일 G20 회의에 참석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바티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기후변화에 함께 대처하자는 ‘엄숙한 선언’을 하기 위해 만나러 갈 때에는 무려 85대의 차량 행렬이 이어졌다.
더 타임스는 “위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COP26 회의 도시인) 글래스고 하늘을 메운다”고 했고,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특권층 진보 좌파 정치인‧기업인‧언론인들이 말하는 ‘우리’는 자신들이 아니라, 열등한 계층인 ‘당신’”이라고 꼬집었다. WSJ은 “현대 진보주의자들의 특징적인 자아상은, 자기들은 더 많은 교육을 받고 생각이 비슷한 글로벌 엘리트들과 사귀며 현대의 세속화한 종교 의식을 즐기며, ‘열등 계층’보다 더 많이 알고 더 도덕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약 770억원짜리 ‘걸프스트림’ 전용기로 글래스고에 도착했고, 모나코 공국의 알베르 2세는 팰컨 8X 전용기로 에딘버러 공항에 도착했다. 또 영국의 찰스 왕세자 등 수십 명의 ‘녹색 환경론’자들도 각각 전용기로 도착했다. 이들은 정기 항공 노선이 있는데도, 전용기를 이용했다. 매트 핀치 ‘교통 환경’ 캠페인 그룹의 대표는 더 타임스에 “미국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이 아닌 이런 중소형 여객기도 비행 중 CO₂ 배출량이 시간 당 2톤에 달해, 여객기는 환경에 가장 악영향을 미치는 여행 방식”이라고 말했다.
물론 각국 정부 수반들은 모두 전용기로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 일행은 모두 4대의 전용 여객기와 전용 헬기 머린 원(Marine One), 수많은 SUV 차량을 갖고 왔다. 더 타임스는 “바이든 일행만 이번 회의 기간에 약 100만 톤의 CO₂를 배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찰스 왕세자의 대변인은 비판이 일자, “찰스 왕세자는 친환경적인 항공유 사용을 전제로 전용기를 탔고, 대부분의 육로는 기차와 전기차로 이동했다”고 해명했다.
아마존의 베이조스는 지난 주 터키 해안의 수퍼 요트에서 열린 빌 게이츠의 호화 생일 파티에 참석하고 전용기로 글래스고로 왔다. 터키 언론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터키 뮬라 주의 페티예 해변을 완전히 폐쇄하고, 1주일 대여료가 200만 달러(23억원)인 103m 길이의 수퍼요트에서 66세 생일 파티를 열었다. 게이츠는 50명의 초청 손님을 해안에서 이 요트로 일일이 헬기로 날랐다. 베이조스는 인근 에게해 해안에서 자신의 수퍼요트 ‘플라잉 폭스(Flying Fox)’에서 휴가를 즐기다가, 헬기로 게이츠의 파티를 오갔다.
빌 게이츠는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이란 저서를 썼고, 베이조스는 지난 3월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10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이와 관련, WSJ은 “COP26 내내 어둠을 밝히는 화려한 조명의 호텔에서, 이토록 적은 수의 사람을 위해 그렇게 많은 연어가 구워지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WSJ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우리 아이들과 손자들에게 의무가 있다’고 했지만, 여기서 우리는 당신들”이라며 “바이든의 말은 ‘내 의무는 도덕적 당위성과 재앙적 시나리오를 얘기하고 호화 호텔에서 각국 지도자들의 격려를 받은 것이고, 당신 의무는 이 모든 경비를 지불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나 매한가지”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