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콜린 파월 전 미 국무장관 장례식에 전·현직 대통령이 참석해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부인 로라 부시 여사. /AFP 연합뉴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국무장관이자 합참의장이었던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의 장례식이 5일(현지 시각) 워싱턴DC 국립대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장례식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 등 전·현직 대통령 3명과 고위 관료들이 대거 참석했다. 뉴욕타임스는 “파월의 장례식에 민주당과 공화당 가릴 것 없이 (당파를 초월해) 모였다”며 “이는 워싱턴에서 보기 힘든 장면”이라고 했다.

이날 장례식엔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버락 오바마·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딕 체니 전 부통령,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 등 파월과 함께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같이 일을 했던 인사들도 자리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일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도 모습을 보였다. 현직 고위 관계자 중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참석하지 않았다.

파월의 전임자였던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은 이날 추도사에서 “오늘 아침 내 마음이 아프다. 미국의 가장 훌륭하고 충성스러운 군인 중 한 명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군은 그를 사랑했고, 그의 적들도 그를 존경했다”고 했다. 40년간 파월과 알고 지냈던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은 “파월은 ‘우리는 모두를 조금 더 친절하게 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삶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우리는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말하곤 했다”며 파월의 인간적 면모를 추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도사와 같은 공식 발언을 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는 장례 예배가 끝난 뒤 휠체어에 앉아있던 미망인 앨마 파월을 포옹했다.

이날 파월의 장례식은 CNN, ABC 등 주요 방송을 통해 미 전역에 생중계됐다. ABC 방송은 “이날 장례식에서 파월은 정치가이자 전사, 그리고 선구자로 기억됐다”고 했다. 장례식장에는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그룹 아바(ABBA)의 ‘댄싱퀸’, 자메이카 레게 음악의 거장 밥 말리의 대표곡 ‘쓰리 리틀 버즈(birds)’ 등 경쾌한 곡들이 연주됐다. 파월은 이들의 팬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노래로) 사람들은 그의 유머 감각, 그의 만족할 줄 모르는 호기심을 기억했다”고 전했다.

4성 장군 출신인 파월 전 장관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냈다.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 합참의장, 아들 부시 행정부에선 국무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그는 코로나 백신 접종을 마쳤지만, 혈액암의 일종인 다발골수종을 앓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코로나에 ‘돌파 감염’된 뒤 치료를 받아 왔다. 하지만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달 18일 향년 8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