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코로나19 위기 상황이 거의 통제 불능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12월 1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발표에 따르면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7622명, 위중증 환자 수는 989명으로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미 코로나19로 인한 일일 사망자 수도 12월 16일 통계 기준 62명이나 된다. 거의 2~3일 간격으로 전국에서 100명 이상 코로나19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전쟁도 이런 전쟁이 없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12월 16일 발표에 따르면 상황 악화 시, 일일 확진자 숫자는 향후 1만명, 중환자 수는 최대 1900명에까지 이를 수 있다고 한다.

반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의료붕괴 에 처해 있던 일본의 코로나19 상황은 마치 언제 그런 위기가 있었냐는 듯 조용하다. 9월 중순만 해도 60명대를 넘어섰던 일일 신규 사망자 수는 그 이후 마치 롤러코스터처럼 급감하여 현재는 하루 1명 내외에 불과하다. 확진자 숫자도 전국에서 하루 100명 내외 정도다. 일본의 인구가 1억26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19는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일본은 G7국가를 포함한 주요 선진산업국가들 중 코로나19 사망자 및 확진자 숫자에 있어서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대실패라던 J방역의 역전

이형기 서울대 의대 교수 등 15인이 공동 집필한 ‘K방역은 없다’가 곧 출간될 예정이다. 장부승 관서외국어대 교수도 필자로 참가했다.

어떻게 이런 ‘대역전’이 일어난 것일까? 코로나19 대응 모범국이라던 한국에서는 현재 코로나19 대폭발이 일어나고 있다. 반면 일부 한국 언론에서 코로나19 대응 ‘대실패’ ‘완패’의 사례로 거론되던 일본에서는 현재 코로나19 상황의 안정적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실 코로나19 급감의 원인에 대해 일본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론이 분분하다. 모르는 사이에 이미 다수 일본인들이 무증상 감염을 거치면서 집단면역이 생성되었다는 이론도 있고, 마스크와 개인 위생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생활 습관을 원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일본의 백신 접종이 면역력 생성 효과가 좋다는 화이자와 모더나 제품을 주로 사용했다는 점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시각도 있다.

현 시점에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더 중요한 문제는 사실 일본 코로나19 급감의 원인이 아니다. 왜 문재인 정부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던 K방역, 세계인이 부러워한다던 K방역이 이렇게 나락으로 떨어졌는지 그 원인을 찾아보고, K방역의 실체가 무엇이었는지 반성적 성찰을 해보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미 작년부터 국내외 많은 전문가들이 문재인 정부의 과도한 K방역 성과 홍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왔다.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것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 하지만 과도한 홍보, 자화자찬은 오만을 부른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대한 국내의 지나친 부정적 보도들 역시 이러한 오만에서 비롯된 바가 적지 않다.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대한 유럽과 북미 지역 언론 보도와 국내 언론의 보도를 비교해 보면 이것이 정말 같은 나라에 대한 보도인지 알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해외 언론이나 연구자들은 대부분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긍정적 내지 중립적으로 보도하는 반면, 작년 이후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국내 언론의 보도는 부정 일색이었다. 일부 언론은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대해 ‘대실패’ ‘완패’라고 하면서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일단 일본의 코로나19 은폐조작론 팩트체크를 해보자. 우선 일본 정부가 사망자 수를 은폐했다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적은 것은 은폐, 조작 때문이라며 음모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일본 코로나19 사망자 은폐조작론은 현재 별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초과사망자’를 계산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초과사망자(excess deaths)’란 코로나19 상황 발생 전 5년간 사망자 통계치를 근거로 계산된 연간 사망 평년치(baseline)와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전체 사망자(모든 사망 원인) 수치 간 차이를 말한다.

초과사망자 숫자가 코로나19 사망으로 보고된 수치를 크게 상회하면 공식적인 코로나19 사망자 수치에 포착되지 않은 ‘숨겨진’ 코로나19 사망자가 많을 것이라 추정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의 경우, 보고된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20만명인데, 초과사망자가 무려 80만명에 육박한다. 이렇게 대량 초과사망이 발생했다면, 이들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사망자일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 초과사망자가 코로나19 사망자보다 적다. 각국의 초과사망자를 비교하는 별도의 웹사이트를 운영 중인 영국 시사주간지 ‘더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통계에 따르면, 연구 대상 기간 중 일본의 코로나19 사망자 수는 약 1만5200명인데, 초과사망자 수는 4720명에 불과하다. 일본뿐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해 대부분의 선진산업국가에서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초과사망자 숫자를 하회하고 있다. 만약 음모론자들 주장대로 일본 정부가 대량의 코로나19 사망자를 은폐해왔다면, 러시아 통계치가 보여주는 것처럼 코로나19 사망자와 초과사망자 간 큰 격차가 발생해야 한다. 사망 원인을 조작할 수는 있을지언정 사망 사실 자체를 은폐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그런 큰 격차는 관측되지 않았다. 확진자 규모에 대해서도 음모론이 제기된 바 있다. 일부 국내 언론에서는 일본 정부가 의도적으로 PCR검사를 실시하지 않음으로써 확진자 숫자를 줄이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한 바 있다. 일견 그럴듯하지만 이 주장에는 한 가지 치명적 문제점이 있다.

日 정부 사망률·양성판정률 조작?

예를 들어보자. 만약 실제로 확진자가 많은데, PCR검사를 인위적으로 적게 실시해서 확진자가 적어 보이게 조작하고 있다 치자. 이 경우 PCR검사의 양성판정률은 올라가야 한다. 검사 횟수를 줄여서 확진자 수를 적어 보이게 하고 있다면 양성판정률은 올라가야 한다. 그러나 일본의 양성판정률은 확진자 감소와 같은 추세로 내려가고 있다.

일본 정부가 양성판정률마저 조작하고 있는 것일까? 만약 조작했다고 하더라도, 중증 환자 숫자나 사망자 숫자까지 조작하긴 어렵다. 일단 코로나19 감염이 되면 대략 20% 비율로 증상이 발현되고, 5%의 비율로 중증으로 발전하며, 1% 내외의 비율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확진자가 실제로 많은데 이를 장기간 은폐,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감염자 중 일부가 중증으로 발전하고 또 사망함으로써 중증환자와 사망자가 결국에는 폭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중증환자, 코로나19 사망자 숫자는 모두 확진자 숫자와 비슷한 추세로 급감하였다.

이번에는 일본의 코로나19 대응 성적을 평가해 보자. 지난 2년간 일본의 코로나19 대응은 과연 ‘대실패’한 것일까? 〈표1〉에서 보이듯 일본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는 2021년 12월 13일 현재 약 146명이다. 한국(약 86명)에 비해 약 1.7배 많다. 이 숫자가 많아 보일지 모르지만, 여타 산업국가들에 비해 현격히 낮은 수치다. 즉 일본은 지난 2년간 주요 산업국가들 대비 코로나19 사망자 수를 낮은 수준으로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따라서 단지 한국보다 인구 대비 사망자 수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일본이 ‘실패’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규모로 비교해 보면 어떨까? 한국은 2021년 12월 13일 현재 약 1만300명이다. 일본은 약 1만3700명으로 한국에 비해 약 1.3배 많다. 그러나 〈표2〉에서 알 수 있듯 주요 선진산업국가와 비교해 봤을 때, 일본의 누적 확진자 숫자는 현격히 낮다.

코로나19 대응 평가에 있어서 경제를 빼놓을 수 없다. 〈표3〉을 보면 대만을 제외하고 마이너스 성장을 한 8개 국가 중 마이너스 성장 폭이 가장 작은 나라는 일본으로 0.32%다. 마이너스 성장에 박수를 보낼 수야 없겠지만 원래 일본은 저성장 국가이다. 이 정도 경제위축이 ‘대실패’라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다음은 한국이다. 0.97% 하락했다. 한국도 일본보다는 다소 하락폭이 크지만 훨씬 더 많은 하락을 경험한 여타 산업국가들에 비해서는 선방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종합평가를 해보자. 인구 100만명당 누적 사망자 기준 일본은 비교 대상 9개국 중 3위(약 146명), 한국은 2위(약 86명)이다. 인구 100만명당 누적 확진자 기준 일본은 3위(약 1만3700명), 한국은 2위(약 1만300명)이다. 2019년 대비 2020년도 경제성장률 기준으로는 일본이 2위(-0.32%), 한국이 3위(-0.97%)이다. 한국과 일본의 성적은 막상막하라 볼 수 있다. 지난 2년간의 방역 성적에서 한국이 ‘완승’했다거나 일본이 ‘완패’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K방역과 J방역은 둘 다 성공한 것으로 보아야 하는 걸까? 사실 K방역과 J방역 간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방역의 수행 방식이 다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한국의 많은 언론들이 ‘일본은 왜 PCR검사에 소극적이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한국이나 대만, 싱가포르 등 일부 국가에서 막대한 의료 자원을 투입하여 대량의 PCR검사를 실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까지도 PCR검사에 대해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물론 일본도 지금은 PCR검사를 받기 위한 임상사례 기준도 완화했고, 비용도 건강보험 적용으로 사실상 무료이다. PCR검사의 문턱이 이렇게 낮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PCR검사량이 크게 늘지 않고 있다. 이유가 뭘까?

일본의 코로나19 초기 대응 전략은 ‘완화(mitigation)’였다. 이 전략의 핵심은 제한된 의료자원을 중증환자에게 집중하는 데 있다. 동시에 사회적 이동을 완화하고 백신 확보에 주력함으로써 보다 장기적인 대응에 노력을 경주하는 것이다.

서울시청 앞 선별진료소에 PCR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선 시민들. photo 뉴시스

K방역과 J방역, 방향이 달랐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의료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나마 알려진 것이 이 바이러스의 세 가지 특성이었다. 첫째, 전파력과 치명률이 매우 높다. 둘째, 잠복기가 길어서 무증상 전파가 많다. 셋째, 다행히도 대부분의 감염자는 무증상 내지 경증에 그치고 일부 환자만이 중증으로 발전한다. 이러한 정보에 기초하여 일본은 대량검사 대신 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우선 PCR검사를 위한 사례 정의 기준이 비교적 높게 설정됐다. 패닉에 빠진 일반인들이 의료기관에 쇄도하는 것을 막고, 의료자원을 중증환자에 집중하는 동시에 자칫 있을 수 있는 의료진 대량 감염 사태, 그리고 코로나19 대응 수요 폭증을 의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할 때 발생할 ‘의료붕괴’와 ‘대량사망’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얼핏 생각하기에는 검사량을 최대한 늘려서 최대한 많은 코로나19 확진자를 판별해내고 이들을 격리 상태하에서 치료하는 것이 최적의 전략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PCR검사에는 장비와 시약이 필요하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일본에는 대량 검사를 시행할 장비와 시약이 부족해서 의료기관에 사람이 몰려도 PCR검사를 대규모로 시행하기 어려웠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PCR검사의 부정확성이다. 코로나19 확진을 위한 진단검사로서 가장 정확한 방법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PCR검사에서는 2% 내지 30%의 확률로 ‘위음성’ 결과가 나온다. 즉 실제로는 감염되었는데도 감염되지 않았다는 판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인해 대량검사는 사실 위험한 선택이다. 더욱이 일본이 세계 최고의 고령사회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고령자 대량사망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일본은 대량검사가 아닌 중증환자에게 집중하는 선택적 검사를 전략으로 선택한 것이다.

반면 한국이 선택한 전략은 3T로 요약될 수 있다. 즉 대량검사(Test), 접촉추적(Trace), 신속격리와 처치(Treat)를 의미한다. 대량검사를 통해 코로나19 확진자들을 최대한 찾아내고, 이들의 동선을 파악하여 밀접접촉자들까지 찾아낸다. 그리고 확진자와 그 밀접접촉자들을 격리하고, 의료적 처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대량검사는 얼핏 좋은 전략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사실은 위험하면서도 비효율적이다. 중증환자에게 집중해야 할 의료자원이 낭비될 수 있고, 대량검사 과정 자체가 새로운 바이러스 확산의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대량검사 결과 파악된 확진자들에 대한 적절한 격리 및 치료 공급이 확보되지 못할 경우, 자칫하면 의료붕괴 사태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래서 PCR검사량을 무조건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감염병 확산 현황의 정확한 파악 못지않게 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대량감염의 위험성 역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코로나19 감염 현황의 신속하고 정확한 파악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PCR검사는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최적의 검사량인가? 결국 우리의 목표는 PCR검사의 비용과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도 코로나19 감염 현황 파악에 필요한 만큼의 PCR검사량을 수행하는 것이다.

일본 도쿄 신주쿠 PCR검사센터 앞 모습. photo 뉴시스

일본은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여러 요인을 종합 고려한 최적검사 전략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진단의 신속성과 정확성 못지않게,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및 대량확산과 의료붕괴 방지 그리고 방역과 사회경제활동의 양립까지 포괄하는 복수의 목표를 종합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일본의 확진자 1인당 하루 PCR검사량은 작년이나 올해나 커다란 변동이 없다.

K방역의 성공요인을 ‘국가 주도’의 신속한 대응과 강한 조정력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반면 J방역에 대해서는 비교적 선방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공요인은 정부의 정책이 아니라 일본인들의 방역친화적 문화와 관습 때문이라고 하면서 J방역은 ‘국민 주도’ 방역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K방역의 성공이 한국 모델의 국가주도적 성격 때문이라는 견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신천지 대구교회발 집단감염은 2020년 2월 19일 시작된다. 만약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있었다면 정부 정책 대응은 2월 중·하순경부터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명분으로 집합금지 정책을 내놓은 것은 2020년 3월 22일이었다. 반면 위기에 직면한 일반 국민들의 자발적 이동제한은 이미 2월 말에 시작되어 인구 이동량은 3월 초에 벌써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었다. 즉 정부의 대응이라고 하는 것이 실은 ‘뒷북’이었다는 것이다.

또한 K방역의 핵심인 대량검사를 실시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단기간에 의료대응 체제를 대규모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가 생긴다. 확진자가 대량으로 나올 경우 이에 대응할 대규모 의료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연구들을 보면 한국에서 이러한 체제 전환을 위한 조치들은 중앙정부 차원의 주도적 계획이나 조정이 아니라 지방과 민간 차원에서 자발적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가령 수백 명의 의사와 간호사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자발적으로 대구로 내려간 것이라든가, 수많은 공공과 민간 병원들이 상호 자발적 협의를 통해 다수의 비(非)코로나19 환자들을 재배치함으로써 국가 전체적인 의료대응의 효율성을 높인 것이 그러한 예이다. 즉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에서 정부 못지않게 민간의 자발적 대응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K방역의 ‘국가주도성’을 강조하는 것은 자칫하면 ‘잘못된 교훈’이 될 수 있다.

일본이 한국과 달리 초기 완화 전략을 선택한 것은 일본 정부와 감염병 전문가들 간 협의의 결과이다. 진단의 정확성뿐 아니라 의료자원 배분의 효율성, 대량감염이라는 위험 회피, 사회경제활동 유지 필요성 등을 종합 고려했을 때 완화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에 이른 것이고 이에 따라 의도적으로 PCR검사의 문턱을 높인 것이다.

반면 K방역이야말로 일각에서 주장하듯 정부의 주도적 정책 대응의 성과라기보다는 한국의 일반 국민들의 자발적 방역 참여와 의료진의 헌신에 힘입은 바 크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K방역은 J방역과 달리 ‘인권 감수성’을 결여하고 있다. K방역의 성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연구자들마저도 K방역이 여타 국가에 이식되기 쉽지 않다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 K방역이 갖는 인권침해적 속성 때문이다.

K방역은 방역이라는 명분하에 개인의 이동 동선을 비롯해 수많은 개인정보를 대중에게 공표했다. 더욱이 스마트폰 등 기기를 통해 개인의 위치를 추적하고 이를 격리와 감시에 활용하기도 했다. 심지어 개인의 병원 진료기록, 신용카드 내역, CCTV 영상, GPS 정보 등이 확진자 추적이라는 목적을 위해 활용됐다. 확진자 추적을 위해 개인 식별이 가능한 전자 정보를 이렇게 광범위하게 사용한 것은 그 예가 드물다. 선진산업국가들 중 개인의 병원 진료기록, 신용카드 내역, CCTV 영상, GPS 정보까지 감염자 추적 목적을 위해 사용한 것은 사실상 한국이 유일하다. 더욱이 정부의 격리 명령이나 입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벌금형에 심지어 징역형까지 부과하는 법률이 만들어졌으며, 실제로 많은 한국인들이 격리 명령 불이행으로 인해 처벌받았다.

이런 식의 제도는 일본은 물론 유럽과 북미의 민주 국가들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 인권과 개인정보 및 프라이버시에 대한 그들의 감수성으로는 이런 식의 정책은 수용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이나 영국에서 K방역 식의 전략을 채택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모두 야당과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로 인해 논의 단계에서 좌절되었다.

K방역의 인권침해 논란

일본에서는 이런 식의 개인정보 추적 시스템 도입은 아예 관심을 끌지 못했다. 개인정보 보호를 중시하는 일본 문화 풍토에서 개인의 위치 정보를 정부가 대량으로 저장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일본은 코로나19 감염 의심으로 자가격리되는 경우에도 방역 담당 공무원이 전화로 격리 수칙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는 있을지언정 담당 공무원이 격리 중인 시민의 집에 낮이고 밤이고 시도 때도 없이 찾아가는 일은 없다. 아예 시도된 적도 없지만 만약 정부가 그런 식의 강도 높은 격리 정책을 도입하려고 했다면 시민사회나 야당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을 것이다. 실제로 2021년 2월 방역 관리 강화를 위해 일본 정부가 감염증 관련 법제를 개정했을 때도 당시 정부·여당 원안에는 정부의 입원 명령 거부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 벌금과 같은 형사처벌을 부과할 수 있게 하는 개정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국회 심의 과정에서 야당의 강한 반발로 인해 형사처벌 조항은 모두 삭제됐고, 벌금은 행정상의 과태료로 변경됐다. 영업시간 단축 명령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에 대해서도 처벌 위주 발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었고, 최종 법률에는 방역에 협조하는 자영업자에 대한 ‘재정상의 지원을 효과적으로 강구한다’는 조항이 추가되었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방역 협조자에게는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는 발상인 것이다.

한국에서는 K방역에 대한 자부심에 들떠 자칫 개인의 권리에 대한 존중이 소홀히 여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이나 유럽과 북미의 산업국가들이 우리에 비해 기술이 없고 경제력이 부족해서 한국과 같은 근접 추적 기술이나 시민의 일상에 침투하는 방식의 인권침해적 격리 정책을 도입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만한 착각이다. ‘K방역 세계 최고’ 식의 자화자찬에 몰두하기보다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다른 나라 지도자들과 전문가들이 직면했던 고민을 옳게 이해하고 이로부터 사실적 교훈을 얻으려는 태도가 더 바람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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