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이 지난달 티베트인들이 건립한 불상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로 강제 철거했으며, 파괴 현장을 주민들이 지켜보도록 강요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5일 보도했다. 티베트 문물을 파괴하던 1960~70년대 문화대혁명 당시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RFA에 따르면, 쓰촨성 티베트 자치 구역에 있는 ‘드라고’ 마을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아흐레 동안 불상 철거 작업이 진행됐다. 이 불상은 현지 티베트인들이 건립 기금 4000만위안(약 75억2080만원)을 모으고 당국의 허가를 받아 지난 2015년 세운 것이다. 아치 모양 구조물 아래에 있는 높이 30m짜리로, 불단 아래에는 마니차(불경을 새기고 돌릴 수 있게 만든 원통) 45개를 설치해 현지 승려와 신도, 순례자들이 자주 찾았다. 그런데 중국 당국이 불상이 지나치게 높다고 문제를 제기하더니 철거를 결정했고, 승려와 현지 주민들에게 철거 장면을 강제 참관시켰다는 것이다.
RFA는 불상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위성사진도 공개했다. 철거를 주도한 당국자들이 “(불상 파괴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는 현지인 목격담도 전했다. “참관 현장에 공안이 배치돼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을 못 하게 감시했다”는 발언도 나왔다. 한 티베트인은 “불상을 철거한 실제 의도는 티베트 정체성을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국 당국의 이번 강제 철거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연상시킨다는 얘기도 나온다.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을 통치하던 2001년 우상 숭배의 상징이라는 이유로 세계적인 문화유산 바미안 석불을 박격포와 다이너마이트로 완전히 폭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