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청년들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시켜 병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직접 확인해 본 연구 결과가 영국에서 나왔다. 일종의 ‘코로나 생체 실험’으로, 신종 코로나의 감염부터 회복까지 전 과정을 지켜본 연구로는 처음이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은 지난해 18~29세 남녀 36명을 대상으로 이 같은 실험을 한 결과를 2일(현지 시각)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논문 공개 사이트에 발표했다. 실험에 쓰인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나타나기 전의 초기 바이러스다. 연구진은 이 바이러스가 포함된 액체를 실험 대상자의 코에 비말(飛沫) 형태로 뿌려 감염을 유도했다. 그 결과 36명 중 절반인 18명이 코로나에 감염됐다. 감염 확률이 50%였던 셈이다. 연구진은 “일상적인 상황을 가정해 가능한 한 적은 용량의 비말을 실험 대상자의 코에 주입했다”고 밝혔다.
감염 증상은 24시간 이후부터 나타났다. 감염자들은 대부분 코막힘과 재채기, 목의 부기와 통증 등 일반적인 감기 증상을 보였다. 이 중 일부에서 두통과 몸살, 피로, 열 등 신종 코로나의 전형적 증상이 나타났다. 연구진은 “증상이 심각한 경우는 없었고, 폐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 사례도 없었다”고 밝혔다. 젊고 건강한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벌여 중증 환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신종 코로나 감염의 대표적 증상 중 하나인 냄새를 맡지 못하는 현상도 확인됐다. 감염자 중 13명이 이런 증상을 겪었다. 연구진은 “10명은 90일 내에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나머지 3명은 증상이 개선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타인에게 신종 코로나를 옮길 수 있는 전파력은 감염 후 만 5일째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자의 코와 목 등 호흡기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의 양이 이때가 가장 많았다. 몸이 회복되면서 바이러스 검출량은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평균 9일간 바이러스가 남아 있었다. 일부 실험자에게는 12일간 있었다. 감염 후 10일 정도는 타인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감염 초기엔 목에서, 시간이 지나면 코에서 더 많은 바이러스가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서는 유전자증폭(PCR)보다 빠르게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더 편리하지만, 정확성 면에서 낮은 것으로 알려진 신속 항원 검사도 충분히 신뢰할 만한 검사 방법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감염 초기나 말기에 이르러 바이러스양이 적을 때는 정확도가 다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앞으로 델타 변이와 오미크론 등 변이 바이러스를 이용한 실험도 할 예정이다. 임페리얼 칼리지 연구진은 “이번 실험은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연령대가 바뀌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